앤스로픽, AI 구인 전쟁 속 '직원 충성도'로 메타·오픈AI 눌렀다

| 연합뉴스

메타, 오픈AI 등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재 확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신생 AI 기업 앤스로픽이 엔지니어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로 주목받고 있다. 고연봉을 앞세운 대기업들의 인재 유치 공세 속에서도, 앤스로픽은 독보적인 직원 충성도와 기업 문화로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1년에 설립된 앤스로픽은 오픈AI 출신 연구원들이 주축이 돼 창업한 AI 스타트업으로,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 '클로드(Claude)'를 개발해 시장에서 입지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앤스로픽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AI의 안전성과 윤리적 활용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기존 대기업과는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벤처 투자사 시그널파이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앤스로픽의 엔지니어 이탈률은 37.3%로 나타났다. 이는 오픈AI(45.8%)와 메타(48.3%), 구글(85.4%)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탈률은 채용된 직원 중 몇 명이 회사를 떠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낮을수록 기업에 대한 소속감과 만족도가 높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그널파이어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앤스로픽의 인재 유지력이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메타는 최근 인간 수준을 넘어선 인공지능 개발을 목표로 '초지능 연구소(Superintelligence Lab)'를 신설하고, 고액 연봉을 무기로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 나선 상태다. 실제 오픈AI에서만 10명 이상의 연구원을 스카우트했지만, 앤스로픽에선 단 두 명만이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쟁사 대비 낮은 인재 이동률을 보여주는 사례다.

앤스로픽의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메타의 고액 제안을 따라갈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형평성 문제와 조직문화 유지를 이유로 들며, "일부 엔지니어는 메타의 제안을 거절하며 '저커버그(메타 CEO)와는 대화조차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직원들이 고액 연봉보다 기업의 미션과 철학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단지 임금 경쟁력 문제가 아닌, 조직 문화와 기술 방향성에 대한 공감 때문으로 보고 있다. 카네기멜런대학교의 마이클 셰이모스 교수는 "연봉도 중요하지만, 보상이 압도적으로 차이나지 않는 이상 직원들은 회사의 철학과 비전, 문화에 끌린다"고 분석했다. 다만 클로드가 현재 가장 주목받는 대규모 언어모델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일 수 있으며, 향후 GPT-5 등 경쟁 모델이 등장할 경우 인력 흐름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연봉 경쟁을 넘어, 인공지능 산업 전반이 기술뿐 아니라 윤리적 책임과 조직 문화의 중요성까지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향후 인재들이 어떤 기준으로 AI 기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업계 내 기술 혁신의 방식도 달라질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