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인공지능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이 연간 매출 50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에 육박하는 고속 성장을 이뤘지만, 전체 수익의 25%가 두 주요 고객에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앤트로픽의 급등세 이면에 잠재된 리스크를 드러내며, AI 시장 내 가격 전쟁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앤트로픽은 자사 생성형 AI 챗봇 '클로드(Claude)'를 기반으로 코딩 지원 도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올해 초 기준으로 약 40억 달러(약 5조 7,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개발자 도구인 커서(Cursor)와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을 통해 발생한 수익이 12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처럼 특정 고객에 수익이 집중되면서, 주요 계약 관계 변화만으로도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이 가시화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픈AI(OpenAI)가 최근 출시한 GPT-5는 앤트로픽에 심대한 가격 압박을 가하고 있다. GPT-5는 유사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단위 토큰당 비용 면에서 클로드보다 최대 7배 저렴하다. 특히 클로드 오퍼스 4(Claude Opus 4)의 고급형 모델은 GPT-5의 최저가에 비해 최대 50배에 이르는 가격 차가 발생해, 구매 결정을 앞둔 기업 고객들의 셈법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앤트로픽은 현재 전체 AI 기반 코드 생성 시장의 42% 점유율을 확보 중이며, 이는 오픈AI의 점유율 21%를 두 배 이상 앞서는 수치다. 기업 고객 증가로 고가의 대규모 계약 건수도 지난해 대비 세 배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코딩 도구 중심의 매출 구조는 오히려 앤트로픽의 취약점으로 부각된다. 해당 고객 중 하나인 깃허브 코파일럿은 마이크로소프트(MSFT) 산하 플랫폼이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간 밀착 관계가 클로드의 입지를 위협할 수 있다.
오픈AI가 촉발한 저가 공세는 코딩 AI 시장 전반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기업 고객들은 성능 개선을 이유로 제공업체 변경에 인색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가격 대비 효율성에 따라 공급업체를 재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변화는 앤트로픽의 고가 전략에 정면 충돌한다.
앤트로픽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제약, 항공, 법률, 사이버보안 등 다양한 산업군을 대상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유럽의회와 화이자(PFE), 유나이티드 항공(UAL), 탐슨 로이터 등이 대표적인 고객사다. 특히 클로드 코드(Claude Code)는 연간 4억 달러(약 5,8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으며, 해당 제품 출시 이후 수익은 빠른 속도로 증가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확장 전략도 GPT-5가 만들어낸 경쟁 구도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 있다. GPT-5는 성능뿐 아니라 가격 측면에서도 대체재로서의 매력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앤트로픽은 프리미엄 전략 유지와 가격 경쟁력 확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한편, 인재 유치 전쟁도 앤트로픽에 추가적인 부담을 안기고 있다. 메타(Meta)가 일부 연구자에게 1억 달러(약 1,440억 원) 수준의 입사 보너스를 제안한 사실이 알려졌으며, 오픈AI와 메타 간 인재 쟁탈전은 연구 개발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앤트로픽은 높은 직원 유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점증하는 가격 경쟁 속에서 인건비와 투자비를 모두 감당해야 하는 난관과 마주한 셈이다.
결국 앤트로픽의 향후 성패는 클로드의 기술력과 안정적인 고객 기반을 얼마나 유지하면서도, 가격 경쟁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AI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 시장이 본격 성장기에 돌입한 가운데, 클로드와 GPT-5 간 '성능 대 가격' 전쟁은 단순한 제품 경쟁을 넘어,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주도권을 쥔 쪽은 바로 AI 도입 기업들이며, 이들은 앞으로 어느 AI 플랫폼이 미래 프로그래밍 환경의 기준이 될지를 결정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