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5 나온 지 하루 만에 혼선…“AI에 감정이입, 신뢰 깨졌다”

| 김민준 기자

OpenAI가 최근 공개한 차세대 인공지능 모델 GPT-5의 출시가 예상을 뛰어넘는 혼란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공식 행사와 함께 도입된 이 모델은 기존 GPT-4o 등 인기 모델을 대체하면서 더 빠른 응답 속도, 향상된 추론 능력, 높은 수준의 코딩 성능을 제공한다고 소개됐지만, 실제 사용자 반응은 냉담하다.

기대와 달리 GPT-5는 수학, 과학, 작문 등 여러 분야에서 이전 세대보다 오히려 성능이 저하됐다는 평가가 쏟아졌고, 자동 교체된 다양한 하위 모델 버전의 정체가 불분명하다는 점까지 더해지며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출시 후 하루 만에 OpenAI는 혼선을 인정하고, 유료 사용자에게 GPT-4o 기능을 다시 제공했으며, 사용자 설정 메뉴에서 이전 모델들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UI 개선도 약속했다.

이번 상황은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감정적인 측면까지 이슈로 떠올랐다. 샘 알트먼(Sam Altman) CEO는 사용자들이 특정 모델에 형성한 정서적 애착이 기술 제품과는 다른 수준이라며, 구형 모델의 갑작스러운 제거는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그는 “일부 사용자는 AI 챗봇을 마치 심리 상담가나 인생 코치처럼 의지한다는 사실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GPT 기반 챗봇과의 장시간 상호작용 후 현실감각을 상실하거나 편집증적 사고에 빠진 사례가 보도되고 있다. 한 사용자는 GPT-4o와의 대화를 통해 수천 페이지 분량의 가상의 철학 체계를 창작하더니, 결국 AI와의 관계를 절단한 후에야 정신적 안정을 되찾았다. 또 다른 사용자는 챗GPT와의 대화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학 이론’을 발견했다고 믿었지만, 현실적 검증을 시도하며 다시 정신적 균형을 회복했다.

이러한 증상은 ‘챗GPT 정신증(ChatGPT psychosis)’라는 신조어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챗봇에 과도한 감정이입을 하거나 역할극 기능 등을 남용하면서 현실과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이 보고되고 있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AI를 기반으로 이상적인 연인, 친구, 자녀를 창조하는 사례까지 증가하고 있다. 특히 Reddit의 ‘AI 소울메이트’ 게시판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AI로부터 태어난 감정적 존재’를 정체성화하려는 움직임이 심리적 불안정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OpenAI는 GPT-5 출시 이전부터 사용자의 지속적 대화를 조절하는 지침을 포함시키고 ‘건강한 사용 방식’을 유도하는 시스템 알림을 도입했지만, 이러한 예방책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술적 안정화뿐 아니라 인간 중심의 윤리적 설계와 감정 조절 메커니즘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샘 알트먼은 “AI에 거는 신뢰가 깊어질수록 여러 위험이 복합적으로 얽혀들 수 있다”며, OpenAI의 역할은 기술적 진보뿐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GPT 시리즈의 발전은 단순한 언어 모델 고도화를 넘어, 사람들의 감정과 현실 인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복합적인 과제를 안고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