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군에 조성될 예정이었던 15조 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슈퍼 클러스터 허브 조성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이달 하순까지 체결될 예정이었던 본계약이 투자사의 자금 부족으로 무산되면서, 전라남도는 본계약 기한을 6개월 뒤로 미뤘다.
이 사업은 '솔라시도 AI 슈퍼 클러스터 허브'라는 이름으로 전남 해남 산이면 일대 120만 평 부지에 2030년까지 총 15조 원을 들여 데이터센터, 초대형 AI 인프라,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을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올해 2월 전남도, 해남군, 민간디벨로퍼 퍼힐스,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주) 등 주요 관계자들이 양해각서(MOA)를 체결하며 본계약 전 단계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돼 왔다.
하지만 퍼힐스 측은 양해각서 당시 제시했던 투자 규모를 당장 이행하기에는 자금 유치가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퍼힐스는 약 10억 달러, 우리 돈 1조 원가량을 유치한 상태로 알려졌으며, 우선적으로 약 100메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부터 투자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당초 계획된 전체 데이터센터는 3기가와트(GW) 이상의 규모로, 초기 단계에 필요한 자금만 해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에 전라남도는 본계약 연장을 요청한 퍼힐스 측 제안을 받아들여, 최대 6개월간 유예기간을 제공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해당 데이터센터를 실제로 사용할 국내외 기업(엔드 사용자,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실제 사용하는 최종 수요처)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 성공의 관건이라는 점에서, 도는 투자유치 뿐 아니라 엔드 유저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부지 확보나 자금 조달 외에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 빠른 네트워크 인프라, 글로벌 기업 파트너십 등 복합적인 조건이 필요하다는 점이 부담 요인이다. 특히 최근에는 중동 등 경쟁 국가들이 저렴한 부지 제공 등 파격 조건으로 데이터센터 유치에 나서면서, 이와 맞설 국내 대응 전략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라남도는 최근 정권 교체와 함께 재생에너지 관련 법안 추진, 차세대 전력망 구축 등 긍정적 제도 변화가 사업의 추진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투자자의 본계약 체결 지연이 확정적 철회는 아니며, 퍼힐스 측의 우선 협상권 기한이 종료되는 시점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AI 투자 시장의 경쟁 격화 속에서 지역 주도의 기술 클러스터 사업이 자금 유치와 실수요 확보에서 얼마나 치밀한 전략과 속도를 갖추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6개월 이내에 퍼힐스가 본계약 성사를 위한 실질적 진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가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