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업무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최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대 1%포인트까지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025년 8월 18일 발표한 ‘AI의 빠른 확산과 생산성 효과’ 보고서를 통해, 생성형 AI 도입이 한국 노동 시장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 중 63.5%가 생성형 AI를 사용해 본 적이 있으며, 업무에 활용 중인 비율만 해도 51.8%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비율은 17.1%로 나타났다.
AI 도입 속도는 미국과 비교해도 빠른 편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업무용 AI 활용률이 미국의 약 두 배에 이르며, 과거 인터넷 도입 초기에 비해 8배 더 빠른 확산 속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고성능 컴퓨터 인프라와 다양한 목적으로 쉽게 활용 가능한 생성형 AI의 범용성 덕분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특히 AI 사용은 성별, 연령, 학력, 직업군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남성, 청년층(18~29세), 대학원 졸업자일수록 AI를 더 활발히 활용했으며, 직업군 가운데서는 전문직, 관리직, 사무직의 활용률이 높았다. 하루에 한 시간 이상 AI를 사용하는 '헤비 유저' 비율도 한국이 78.6%에 달해 미국의 두 배를 넘는 수준으로 확인됐다.
업무 효율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생성형 AI 활용으로 평균 업무 시간이 주당 1.5시간(3.8%)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시간 절감이 그대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가정할 경우,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2024년 2분기까지 국내 GDP 성장률 중 1.0%포인트가 AI 덕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는 근로자들이 줄어든 업무시간을 온전히 생산 활동에 썼다는 전제 하에 계산된 결과이며, 일부를 여가에 활용했을 경우 실제 효과는 더 낮을 수 있다.
향후 잠재력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도 54.1%의 근로자는 AI 도입 이후에도 업무시간이 줄지 않은 상태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근로자가 효율적으로 AI를 사용할 경우 생산성 향상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AI에 대한 사회적 시각도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중 약 48.6%가 AI가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답했으며, 'AI 기술발전 기금'에 기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비율도 32.3%에 이르렀다. 한은은 국민 참여 성향과 지불 의향 등을 종합해 향후 5년간 최소 38조 원 규모의 민관 협력 기금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19일부터 6월 17일까지 전국 만 15세 이상 64세 이하 취업자 5,5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뿐 아니라 기업의 성장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생산성과 기술투자 간 상호 작용이 한국 경제의 중장기 성장동력을 재편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