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타트업에 170조 '돈폭탄'…오픈AI만 400억 달러 쓸어 담았다

| 김민준 기자

올해 인공지능(AI)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며 소수의 유망 스타트업에 자금이 집중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의 집계에 따르면 2025년 8월 15일까지 전 세계 AI 관련 기업들이 유치한 투자금은 총 1,180억 달러(약 170조 원)로, 2024년 전체 규모였던 1,080억 달러(약 155조 원)를 이미 넘어섰다. 벤처 시장에서 AI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분의 1 수준에서 올해 들어 절반 가까이로 급증하며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확산은 자금의 집중화를 동시에 수반하고 있다. 전체 AI 자금 중 62%에 해당하는 730억 달러(약 105조 원)가 불과 8개 기업에 몰렸다. 대표적으로 오픈AI(OpenAI)는 최근 소프트뱅크 주도로 4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이에 따른 기업가치는 3,000억 달러(약 43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사상 최대 스타트업 단일 투자금으로 기록됐다.

2024년에는 13개 AI 기업이 470억 달러를 유치해 전체 AI 투자금의 44%를 차지했으며, 이를 고려할 때 기업당 조달 규모와 집중도 모두 한층 높아진 셈이다. 특히 오픈AI, xAI, 스케일AI(Scale AI), 앤트로픽(Anthropic), 안두릴 인더스트리(Anduril Industries), 세이프슈퍼인텔리전스(Safe Superintelligence) 등 6개 기업은 2024년과 2025년 양년에 걸쳐 10억 달러 이상 투자를 반복적으로 유치하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다.

대형 투자의 주도자는 그 면면도 다양하다. 소프트뱅크는 오픈AI에게 단독으로 400억 달러를 지원하며 단연 돋보였고, 그리녹스(Greenoaks)는 세이프슈퍼인텔리전스에 20억 달러, 스페이스X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에 50억 달러를 투자했다. 메타(Meta)는 스케일AI에 143억 달러를 투입하며 창업자인 알렉산더 왕의 영입까지 성사시켰고, 구글(GOOGL)은 안트로픽에 10억 달러, AI21 랩스에 3억 달러를 투자했다.

벤처캐피털 측에서도 자금 투입이 활발하다. 라이트스피드(Lightspeed)는 앤트로픽의 추가 라운드에 35억 달러를 지원했고, 안드리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는 미라 무라티가 이끄는 씽킹머신랩에 20억 달러를 투입했다. 파운더스펀드는 안두릴에 25억 달러, 악셀은 퍼플렉시티에 5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 외에도 클릭하우스, 어브리지를 포함한 여러 AI 스타트업이 클라이너 퍼킨스, 코슬라벤처스 등으로부터 시리즈 C~E 투자를 받으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

이 같은 거대 자금 유입은 미국 벤처업계의 '드라이파우더'(투자 대비 미집행 자산)를 빠르게 고갈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테크 전문 투자사 디서블 파트너스의 존 사코다는 "최근 AI 딜 쏠림 현상 속에서 2019년 이전 수준으로 현금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 기업들의 성장세가 계속되는 한, 투자자들의 대형 투자 열전은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단, 수년간 둔화된 벤처 자금 흐름 속에서 일부 펀드는 한계에 직면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벤처캐피털이 기존 투자자(LP)들에게 다시 자금 조달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