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NASA, 태양 폭풍 미리 본다… AI ‘수리야’로 우주 날씨 예측 시대

| 김민준 기자

태양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플레어와 코로나 질량 방출(CME)은 지구상의 기술 인프라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 IBM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AI) 모델 ‘수리야(Surya)’는 이러한 우주 날씨 현상을 사전에 예측해 피해를 줄이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수리야’는 산스크리트어로 태양을 의미하며, 고해상도 태양 이미지를 분석해 플레어나 CME 같은 위험 요소를 사전에 포착하는 기능을 갖췄다. 이 모델은 IBM과 NASA가 공동으로 구축한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 물리학 데이터 세트를 기반으로 훈련됐으며, AI 개발 플랫폼 허깅페이스(Hugging Face)를 통해 오픈소스로 공개됐다.

우주 기상 이슈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1859년에 발생한 캐링턴 이벤트(Carrington Event)는 지구에 직접 타격을 입힌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건은 전신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전기 화재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밤하늘에 극광을 보게 만든 수준의 강력한 태양 폭풍이었다. 만약 오늘날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세계 전역에서 위성 통신, 항공 항법, 전력망까지 영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경제적 피해는 약 2조 4,000억 달러(약 3,456조 원)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AI 모델 수리야는 기존에는 어려웠던 태양 활동 예측 정확도를 끌어올려, 태양 플레어 분류 정확도를 16% 이상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IBM 리서치 유럽 디렉터 후안 베르나베-모레노는 수리야를 통해 “태양을 위한 기상 예보가 가능해졌다”며, 이는 인간 문명을 지키는 데 있어 핵심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과는 NASA의 고해상도 태양 관측 자료를 9년에 걸쳐 학습한 결과다. 일반적인 AI 모델 학습 이미지보다 10배 이상 큰 데이터셋을 처리하기 위해 IBM은 다중 아키텍처 기반의 고해상도 처리 기술까지 새롭게 개발해야 했다. 이 과정을 통해 태양 표면의 정밀한 상태 변화를 관찰하고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NASA 수석 과학자 케빈 머피는 이 모델이 “태양의 복잡한 동역학 이해를 기하급수적으로 촉진시킬 것”이라며, 모든 기술 인프라가 어떻게 태양 활동의 영향을 받는지를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컨스텔레이션 리서치의 홀거 뮐러는 태양 날씨 예보는 “인간 전문가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라며, AI가 인간의 역할을 보조하는 정도를 넘어서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수리야는 IBM과 NASA의 협업으로 탄생한 최신 모델이자, 장기적 우주 기상 모니터링 전략의 일환이다. 앞서 양 기관은 지구 상의 자연재해 예측을 위한 ‘프리트비(Prithvi)’ 모델도 출시한 바 있으며, 이는 기후 변화, 홍수, 산불 등 여러 재난을 예측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처럼 공공 연구기관과 민간 기술기업 간의 협력은 인공지능이 재난 예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