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지킨다…국산 '비전(BeeSion)', 꿀벌 질병 30초 만에 진단

| 연합뉴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꿀벌의 질병을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장치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정확도는 97%를 웃도는 수준으로, 양봉 농가의 피해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원대학교는 8월 20일, 모창연 교수 연구팀이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인공지능 기반 꿀벌응애 실시간 검출 장치 ‘비전(BeeSion)’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장치는 벌집 내부를 촬영한 영상을 인공지능이 분석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꿀벌에 기생해 폐사를 유발할 수 있는 꿀벌응애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낸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이 기술은 기존 수작업 방식보다 획기적으로 효율성을 높였다.

꿀벌응애는 꿀벌의 가장 큰 해충 중 하나로, 벌집 안에 서식하며 꿀벌의 체액을 빨아먹거나 바이러스를 전파해 밀집 사육 환경에서 대량 폐사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다. 기존의 현장 진단은 맨눈 검사나 설탕법 등 수작업에 의존해 벌통 하나를 진단하는 데만 30분 이상 소요됐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장치는 벌집 판 하나 기준으로 약 30초 안에 진단을 완료할 수 있다.

비전은 단순히 꿀벌응애만 검출하는 것이 아니라, 백묵병 같은 전염병에 감염된 꿀벌, 날개 기형을 보이는 꿀벌 등 총 16개 항목을 동시에 자동 분석한다. 분석된 결과는 꿀벌응애의 밀도를 바탕으로 검사 주기 조정이나 약제 방제 시점을 제시해, 살충제 오남용을 줄이고 보다 정밀한 방제를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150개 벌통을 운영하는 농가의 현장 실증 결과, 연간 약 860만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확인됐으며, 장치 도입 비용인 약 400만 원도 1년 이내 회수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개발은 단순한 장비 도입을 넘어, 양봉업의 디지털 전환 기반을 다진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강원대 연구팀과 농촌진흥청은 올해 산업체에 기술이전을 마치고 제품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2028년까지 전국 양봉농가로의 확대 보급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맞춤형 사양관리, 예보 알림, 생육 모니터링 기능 등을 통합한 디지털 플랫폼도 구축해, 정밀한 양봉 관리 체계를 완성할 방침이다.

이 같은 흐름은 기후변화와 전염병 등으로 양봉산업이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상황에서, 지속가능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될 수 있다. 향후 농업 분야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 기반의 정밀 진단 시스템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