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AI, 5832억 투자 유치… 로봇용 AI로 기업가치 2조8000억 돌파

| 김민준 기자

로봇용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필드AI(FieldAI)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4억500만 달러(약 5832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주요 투자자로는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베이조스 익스페디션, 프리즘 캐피탈,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3억1500만 달러(약 4536억 원)는 이달 초 조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필드AI는 이번 투자 라운드를 통해 기업 가치를 20억 달러(약 2조8800억 원)로 평가받으며, 전년도 5억 달러(약 7200억 원) 수준에서 네 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 회사는 공사현장처럼 복잡하고 변화가 많은 환경에서도 자율적 주행이 가능한 로봇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제공한다. 핵심 기술은 '필드 파운데이션 모델(Field Foundation Models, FFMs)'로, 기존의 신경망과 달리 로봇 활용에 최적화돼 있다는 설명이다. FFMs는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차량, 산업 자동화 시스템 등 다양한 물리적 장치에 소프트웨어를 별도 수정 없이 즉시 적용할 수 있는 높은 범용성을 갖췄다.

기존 로봇 자동화 프로젝트에서는 로봇 기종마다 개별적으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구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필드AI의 FFMs는 동일 플랫폼 내에서 다양한 기기의 자율주행을 통합 지원하면서, 맞춤형 소프트웨어 개발 부담을 줄여준다. 더욱이 이 소프트웨어는 지도나 GPS 없이도 환경을 인식하고 작업 경로를 스스로 정할 수 있어, 실시간으로 형태가 바뀌는 공사현장이나 창고 등에서도 탁월한 민첩성을 보인다.

데이터 처리 방식에서도 차별화를 뒀다. 필드AI는 실제 고객사 현장에서 수집한 실시간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하는 한편, 엔비디아(NVDA)의 오픈소스 로봇 시뮬레이션 도구 '아이작랩(Isaac Lab)'을 통해 생성한 가상 데이터도 활용해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높였다. 이러한 다층적 학습 방식은 로봇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스스로 판단하게 하고, 오작동 가능성이 높을 경우 결정 자체를 유보하는 메커니즘도 포함하고 있다.

응용 사례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건축 도면과 실제 시공 상태의 일치 여부를 점검하는 용도로, 제조공장은 설비 점검 및 이상 탐지를 위해 이 소프트웨어 기반 자율로봇을 도입 중이라고 알려졌다. 현재 이 기술은 수백 개에 이르는 산업 환경에서 실전 배치돼 있다.

필드AI의 창업자이자 CEO인 알리 아가(Ali Agha)는 "거대 언어나 비전 모델을 로봇에 억지로 이식해 부작용을 조율하기보다는, 처음부터 위험 인지 능력을 바탕으로 한 구조를 설계한 것이 우리의 차별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투자금은 전 세계 인력 확충과 엔지니어링 조직 고도화를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며 올해 말까지 직원 수를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