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이 인공지능 기술을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에 전면 도입하면서, 가상 캐릭터와의 소통 방식이 실시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 3월 얼리 액세스 형식으로 ‘인조이’를 선보인 이후, 이용자 반응을 반영해 캐릭터 상호작용 시스템에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8월 20일(현지시간), 독일 쾰른에서 진행된 유럽 최대 게임 전시회 ‘게임스컴 2025’ 미디어 간담회에서 김형준 인조이스튜디오 대표는 게임 속 주요 캐릭터 ‘조이’에 감정 중심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을 공개했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게임 속 캐릭터는 텍스트나 음성으로 말을 걸었을 때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그 반응에는 감정 변화와 물리적인 행동까지 반영된다.
이번에 도입되는 AI는 단순한 챗봇 수준을 넘어서, 마치 사람처럼 감정을 지닌 캐릭터의 반응을 구현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농담을 하거나 불쾌한 말을 하면 캐릭터가 기분의 변화를 감지하고 어투나 행동으로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크래프톤은 이 기능이 게임 몰입도를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감정 변화의 원인을 이용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 시스템도 마련 중이다.
게임 개발자들은 실제 사람과 유사한 반응을 목표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이용자가 캐릭터에게 돈을 빌리는 상황을 예로 들며, 대부분의 캐릭터가 이를 회피하는 등 현실감 있는 반응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AI 반응의 자연스러움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이 계속 진행 중이며, 연애와 같은 정서 기반 상호작용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하고 있다.
이와 함께, 크래프톤은 게임 내 기능도 확장하고 있다. 기술적 제약으로 미뤄졌던 수영장, 엘리베이터, 도시 간 이동, 자연재해 등의 요소를 추가할 예정이며, 새로운 무료 다운로드 콘텐츠(DLC)인 ‘섬으로 떠나요’도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됐다. 해당 콘텐츠에는 동남아시아 휴양지를 모티프로 한 ‘차하야’ 섬이 등장하며, 유저는 이곳에서 농사, 채굴, 낚시 등 새로운 활동을 즐길 수 있다. 김 대표는 이 시스템들이 향후 게임의 다른 도시로도 확장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식 출시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태다. 김형준 대표는 이용자 피드백을 충분히 반영하기 전까지는 출시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하며, 내년도는 물론이고 빠르더라도 그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인공지능과 상호작용 시스템의 정교화가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에 따라 정식 버전 출시 일정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게임 산업 전반에 인공지능 기술의 접목이 본격화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며 몰입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크래프톤의 실험은 향후 게임 개발 방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