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공지능 생태계 강화를 위해 총 1조4천600억 원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오는 12월부터 국내 주요 수요 기관에 본격적인 GPU 지원이 시작된다.
이번 GPU 확보 사업은 최근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연구개발 인프라 확보가 국가 경쟁력으로 떠오른 가운데 마련된 조치다. 특히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인공지능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필수적인 GPU 자원을 학계와 산업계가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과기정통부는 엔비디아의 최신형 칩인 B200과 H200 총 1만3천 장을 확보해, 이 중 약 80%에 해당하는 B200 8천160장과 H200 2천296장을 학계 및 인공지능 스타트업에 우선 제공할 계획이다. 이처럼 민간과 공공의 연구·개발 수요를 분산 지원함으로써 국내 인공지능 생태계 전반의 기초 체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GPU 도입은 민간 클라우드 기업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NHN클라우드, 카카오, 네이버클라우드가 각각 GPU 구축을 담당하며, NHN클라우드는 B200 7천656장, 카카오는 B200 2천424장, 네이버클라우드는 H200 3천56장을 운용하게 된다. 이는 각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통해 GPU 자원을 연계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요기관들은 별도의 장비 구축 없이도 고성능 연산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사업 운영 체계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NHN클라우드, 카카오, 네이버클라우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실무 협의체를 구성해 세부 지원 전략을 논의 중이다. 10월까지는 가칭 ‘GPU 통합 지원 플랫폼’을 구축하고, 11월부터는 대학, 연구소, 독자 AI 모델 개발기업 등을 대상으로 지원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이후 12월부터 GPU 자원을 순차적으로 제공하는 단계에 들어간다.
이번 사업은 미국발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일정에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차 회의에서 사업자들은 GPU 확보에 있어 관세 등 외부 변수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공유했다.
이 같은 정부 주도의 GPU 공급 확대는 국내 인공지능 산업의 기술 자립 기반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대량 연산이 요구되는 자연어처리, 자율주행,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성능 인공지능 모델 개발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