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산하 로봇 개발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20일(현지시간)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 판단 능력을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시연 영상을 공개했다. 로봇이 예기치 못한 작업 환경에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번 시연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일본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의 연구기관인 도요타리서치연구소와 공동 개발한 ‘거대행동모델(LBM)’을 아틀라스에 적용한 결과다. LBM은 로봇이 시각·언어·행동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학습하여 자율적으로 반응하게 하는 인공지능 모델로, 최근 생성형 AI 기술의 확장과 맞물려 로봇공학에서도 활용 폭이 넓어지고 있는 분야다.
공개된 영상에서 아틀라스는 로봇 개 ‘스팟’의 다리 부품을 선반에 나르거나 박스를 열고 물건을 담는 작업을 수행했다. 중간에 한 연구원이 박스를 닫거나 부품을 일부러 떨어뜨리는 등의 방해 동작을 했지만, 아틀라스는 순간적인 판단으로 뚜껑을 다시 열고, 떨어진 부품을 주워 담는 등 차분히 작업을 이어갔다. 이는 기존의 로봇 기술에서 보기 어려웠던 ‘비정형 상황’에 대한 자율 대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아틀라스는 교란된 작업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 박스를 앞으로 끌어당긴 후 부품을 정리하는 등의 판단을 내리는 등 높은 수준의 작업 이해도를 보여줬다. 이는 일일이 명령어를 입력하지 않고도 로봇이 스스로 연산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엔드투엔드(End-to-End)’ 방식이 적용된 결과로, 향후 로봇이 더 복잡한 상황에서도 인간의 개입 없이 작업을 수행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가 앞으로 밧줄을 매듭 짓거나 흐트러진 이불을 펴는 등 비정형적이고 미세한 손작업도 수행할 수 있도록 학습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번 시연이 도요타리서치연구소와 맺은 전략적 기술 협업의 일환이며, 양사는 각자의 기술적 강점을 바탕으로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기술 진보는 단순 제조 공정이나 반복 업무에 국한됐던 기존 로봇 활용도를 넘어, 인간과의 협업이 요구되는 복잡한 산업 현장이나 실생활 영역까지 로봇의 활동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서비스 산업, 재난 구조, 고령층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을 돕는 차세대 로봇의 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