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주식, 현실에 부딪혔다…나스닥 이틀째 하락 ‘차익실현 신호탄’

| 연합뉴스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주식이 이틀 연속 약세를 보이며 투자심리에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AI 산업의 과도한 낙관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최근 기술주 상승세를 주도했던 종목들이 동반 하락세로 돌아섰다.

20일(현지시간)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날 대비 0.67% 하락 마감했다. 이미 하루 전 1.46% 급락했던 것을 감안하면, AI 열풍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이면서 시장 전반에 조정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해석된다. 기술 중심 주식이 많은 나스닥이 이틀 연속 하락한 것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AI 기업들의 실체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시장 분위기를 뒤흔든 계기 중 하나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AI에 거품이 낄 수 있다고 직접 언급한 사실이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흥분했다는 내 의견엔 변함이 없다”고 말해 관계자들의 경각심을 높였다. 기술낙관론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 직접 이 같은 우려를 표하면서, 투자자들도 AI 가치 평가에 대한 계산을 다시 시작한 모양새다.

실제 주요 AI 관련 종목들의 주가는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 대표 주자인 엔비디아는 19일 3.5% 하락한 데 이어 20일에도 소폭 추가 하락하며 최근 한 달 사이 처음으로 170달러 아래에서 마감했다. 또 다른 AI 기반 기업 팰런티어는 6거래일 연속 하락해 16.6%의 낙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다른 대형 기술 기업들도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더불어,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발표한 연구 보고서 역시 투자자 불안을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에 투자한 기관 중 95%가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을 실현한 경우는 전체의 5%에 불과했으며, 이는 AI 기술이 당장의 수익 모델로 연결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하락세를 단기적인 조정으로 보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누빈의 로라 쿠퍼는 “공급 능력 제한과 과도한 기대감이 기술주를 지나치게 끌어올렸다”며, 지금은 그에 따른 가격 재조정 단계라고 말했다. AJ 벨의 애널리스트는 앞으로의 향방은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 발표 이후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흐름은 투자자들이 AI 기술의 실질적 가치와 수익성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향후 AI 업계가 실적과 생산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지금의 시장 조정은 단순한 일시적 하락이 아닌, 보다 깊은 구조적 전환의 징후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