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질라.ai, 오픈소스 넘어 수익 모델로…B2B SaaS 진출 신호탄

| 김민준 기자

모질라(Mozilla) 재단이 설립한 오픈소스 인공지능 연구소 모질라.ai가 수익성을 향한 전환점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023년 3,000만 달러(약 432억 원)의 초기 자금을 바탕으로 출범한 이 조직은 당초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이상주의적 목표에 기반해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같은 방향성에 실용적 접근이 결합되며, 개방성과 상업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본격적인 조정에 나서고 있다.

올해 3월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존 디커슨(John Dickerson) CEO는 학계와 스타트업 양쪽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그가 이끄는 모질라.ai는 기존의 연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제품 포트폴리오 개편과 외부 자금 유치를 통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디커슨 CEO는 “모질라.ai는 이제 단순한 R&D 기관이 아닌, 수익 기반의 독립적 조직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에 서 있다”고 밝혔다.

현재 모질라.ai의 대표 제품군은 주로 개발자를 겨냥한 솔루션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기 다른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를 통합하는 인터페이스 ‘any-agent’, 여러 대형언어모델을 연결하는 파이썬 API ‘any-llm’, 오픈소스 AI 빌딩 도구 모음인 ‘Blueprints’, 모델 평가를 위한 ‘Lumigator’ 등이 그 예다. 여기에 최근 MCP(Model Context Protocol) 서버 레지스트리 ‘MCPD’를 출범시키며, 표준화된 AI 시스템 간 데이터 공유 방식 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는 MCP와 Agent2Agent와 같은 프로토콜이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 보안과 신뢰성 문제에 직접 개입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내주에는 다양한 AI 모델 간 거버넌스 충돌을 해소하기 위한 ‘any-guardrail’도 발표될 예정이며, 오는 10월에는 첫 대중 대상의 커머셜 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프로그래밍에 익숙하지 않은 기술 친화적 사용자들이 반복 작업을 자연어 명령만으로 자동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제품은, 사실상 모질라.ai의 B2B SaaS 영역 진출을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제품은 오픈소스 구성요소를 내부적으로 활용하되, 자체 플랫폼은 비공개로 운영된다. 초기에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형태로 출시되지만, 데이터 보호가 중요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온프레미스 버전도 고려 중이다.

디커슨 CEO는 과거 AI 성능 최적화 기업 아서AI(ArthurAI)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과학책임자였으며, 메릴랜드대 교수로도 재직한 바 있다. 그는 “AI 산업에서 지금 가장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은 대학이 아닌 산업계”라며 실제 시장 적용을 통한 가치 창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모질라.ai는 현재까지는 모질라 재단이 투자한 자금만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2026년 초에는 첫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제품 개발 외에도 솔루션 엔지니어, 고객 대응팀 등으로 구성된 영업 조직도 빠르게 확장 중이다. 향후 시리즈A 투자 유치는 모질라.ai가 진정한 의미에서 독립적인 AI 기술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여부를 가를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제품 출시는 모질라.ai가 오픈소스 철학과 수익 모델 간 조화를 실제 시장에서 구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첫 기회다. 이 이상과 현실의 접점이 성공적으로 증명된다면, 모질라는 기술 업계에 또 하나의 대안적 AI 기업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