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Meta)가 구글(GOOGL)과 체결한 대규모 클라우드 계약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계약은 총 120억 달러(약 17조 2,800억 원) 규모로, 향후 6년간 인프라 구축과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한 핵심 기반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로이터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 계약이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킹 장비 등을 포함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서비스 전반을 아우른다고 보도했다.
이번 구글과의 계약은 메타가 지난 7월 발표한 수백조 원 AI 인프라 투자 계획의 연장선에 위치한다. 당시 메타는 멀티 기가와트급 전력을 소모하는 차세대 데이터센터 여러 곳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메타는 AI 학습과 추론, 서비스 운영에서 필수적인 국산 칩과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를 구글을 통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가 구글에서 도입할 가능성이 높은 AI 하드웨어는 구글이 자체 개발한 '아이언우드(Ironwood)' 칩셋과 엔비디아(NVDA) 최신 '블랙웰 B200' GPU다. 아이언우드는 지난 4월 공개된 차세대 AI 가속기로, 기존 대비 와트당 성능이 두 배 높고 고속 메모리 장착으로 처리 속도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특히 구글이 자체 설계한 '인터칩 상호연결 기술'을 활용해 최대 9,216개의 칩을 하나의 클러스터로 구성할 수 있어 대규모 AI 워크로드에 최적화돼 있다.
엔비디아의 B200 역시 구글 클라우드 기반 'A4X 가상머신'에 적용된다. 이 시스템은 72개의 B200 GPU와 32개의 중앙처리장치(CPU)로 이뤄져 있으며, 구글이 개발한 액체 냉각 기술과 자동차급 데이터 처리속도의 '타이타늄 ML' 네트워크 어댑터로 구동된다.
이번 계약은 메타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FT)와 각각 체결했던 2021년, 2022년의 클라우드 계약에 이어 세 번째 빅테크 중심의 협업 사례로 꼽힌다. 당시 메타는 이들 업체와 공동 엔지니어링을 통해 자사의 오픈소스 AI 프레임워크 '파이토치(PyTorch)' 최적화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구글과의 계약에서도 유사한 기술 협업이 포함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구글은 파이토치의 경쟁 제품인 '텐서플로우(TensorFlow)'의 개발사이자, 온라인 광고 영역에서도 메타의 직접적인 경쟁상대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번 협약은 단순한 공급계약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특히 최근에는 메타 외에도 생성형 AI 선두주자인 오픈AI가 구글과의 클라우드 협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어, 빅테크들 간 인프라 동맹 재편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AI 시대의 슈퍼컴퓨팅 기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메타와 구글의 이번 120억 달러 규모 계약은 관련 시장 재편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