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글에서 '—'가 너무 많다면?… 진정성 의심 받는 이유

| 김민준 기자

AI 생성 문서를 구분하는 뚜렷한 특징 중 하나는 다름 아닌 '—'(EM 대시)다. 문장 사이에 드라마틱한 멈춤을 강조하거나 피식 웃음을 유도하기 위해 종종 쓰이는 이 기호는 이제 AI가 작성한 텍스트를 식별하는 주요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를 활용한 이메일, 보고서, 심지어 광고문안에 이르기까지,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는 EM 대시는 독자에게 이질감을 줄 뿐 아니라 콘텐츠의 인간적 진정성을 훼손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기호는 원래 문법적으로 유연하게 사용될 수 있는 도구다. 쉼표 대신 여백을 넓히거나, 괄호처럼 부가설명을 삽입하거나, 때론 절묘한 타이밍의 멈춤을 전달한다. 하지만 문제는 AI가 그 매력을 '남용'한다는 데 있다. 자세히 보면 대다수 AI가 작성한 문장에는 과도하게 쓰인 EM 대시가 하나 둘 숨어 있다. “이건 중대한 기회—긴급하고—명확하며—즉각적인 행동이 요구됩니다.”와 같은 문장은 자연스러움보다 기계적인 리듬이 더 두드러진다.

이러한 특징은 단지 글의 분위기를 망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독자 입장에서는 도무지 공감이 되지 않는, 누가 썼는지조차 모호한 메시지로 느껴질 수 있다. 특히 감정적 소통이 중요한 업무 이메일이나 개인 브랜딩이 필요한 자기소개서에서는 이 문제가 더 치명적이다.

그렇다고 AI를 배제하라는 뜻은 아니다. AI는 분명 문장을 정리하거나 스타일을 다듬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다만 그 사용 방식에 있어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일단 인간이 중심이 돼 초안을 쓰고, 그 후에 AI에 문장 구조나 문법 교정을 맡기는 방식이 이상적이다. AI가 전체 글을 주도하게 하면 감정이 사라지고, 문장이 기계적 패턴을 따르게 된다.

또한 결과물에 대한 철저한 검토 과정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사용된 EM 대시나 AI 특유의 문구—“오늘날의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과도한 수사적 질문, 반복되는 수식어 등—는 반드시 수정 대상이다. 필요하다면 일괄 검색해 쉼표, 온점 등 평범한 문장 부호로 바꿔야 한다. 실제로 음성으로 글을 읽으며, 내가 브런치 모임이나 회의에서 이 문장을 실제로 쓸 수 있을지 자문해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궁극적으로, AI는 창작의 대체물이 아니라 보조수단으로서 가치가 있다. 피곤할 때 영감을 주고, 막힐 때 구조를 제안하며, 반복적인 작업을 줄여준다. 중요한 것은 ‘AI가 내 이름으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를 인간이 끝까지 점검하고 다듬는 자세다. 스타일이나 기교 그 자체가 아니라, 글의 진정성과 전달력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AI에게도 끊임없이 가르쳐야 한다.

AI는 당신을 대체하지 않는다. 다만 당신이 조금 더 똑똑해 보이게 도와줄 뿐이다. 단, 지나친 EM 대시는 당장 버리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