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AI 규제 저지 위해 1억 달러 슈퍼팩 결성

| 김민준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AI) 업계 인사들이 1억 달러(약 1,440억 원)를 출자해 '리딩 더 퓨처(Leading the Future)'라는 새로운 슈퍼팩(super-PAC·정치행동위원회) 조직을 출범했다. 주요 목표는 AI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막고, 기술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친AI 정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번 슈퍼팩은 벤처캐피탈 안드리센 호로위츠와 오픈AI(OpenAI) 공동창업자 겸 사장인 그렉 브록만(Greg Brockman), SV엔젤 창업자인 론 콘웨이(Ron Conway), 8VC의 조 론스데일(Joe Lonsdale), 생성형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서티AI(Perplexity AI) 등이 참여한 점에서 벌써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리딩 더 퓨처'는 일반 슈퍼팩 방식 외에도 주정부 단위의 PAC, 비영리501(c)(4)조직, 디지털 캠페인을 함께 운영해 의회, 주 정부, 대선 국면에 이르기까지 AI에 우호적인 정치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AI 기술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거나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정치인을 견제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조직은 엄격한 규제보다는 합리적인 가이드라인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AI 위험을 풍선처럼 과장하는 이른바 'AI 파괴론자(doomer)'의 주장에 맞서 AI 혁신을 장려하고, 미국이 중국 등 기술 경쟁국과의 격차를 확보하려면 지나친 규제보다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리딩 더 퓨처의 공동 운영자는 정치광고 전략 전문 기업 타깃티드 빅토리(Targeted Victory) 창립자 잭 모팻(Zac Moffat)과 민주당계 미디어 전략가 조시 블래스토(Josh Vlasto)다. 이들은 “AI를 늦추려는 광범위한 힘이 미국 근로자의 기회를 차단하고, 파편화된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 우리는 그 반대축을 형성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그룹의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리딩 더 퓨처는 단순한 정치 개입을 넘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정치적 기반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는 AI 산업이 미국 정계를 장악하는 핵심 의제로 자리잡게 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이와 같은 시도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미 전례가 있다. 조시 블래스토는 지난 선거에서 암호화폐 슈퍼팩 '페어셰어(Fairshare)'의 전략가로 활동하며, 비우호적 후보들을 낙선시키고 친암호화폐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다.

이번 리딩 더 퓨처의 1억 달러 규모 자금 마련은 AI 패권을 둘러싼 정치 지형의 판도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년 미국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기술 업계와 정치권 간의 거리감이 더욱 좁혀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AI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이 조직의 등장은 AI 산업의 정치적 존재감을 한층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