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AI 무단 편집 논란…창작자들 '예술 훼손' 반발

| 김민준 기자

유튜브가 동영상 편집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실험을 일부 콘텐츠 제작자에게 알리지 않고 진행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유튜브 쇼츠 영상에서 촬영자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AI 기반 화질 보정이 이루어진 정황이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주요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선 표현의 자유와 작품의 진정성 훼손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플랫폼 운영에 대한 불신도 확산되고 있다.

처음 이상 징후를 감지한 건 일부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다. 원본과 비교해 부드럽고 선명하지만 어딘가 인위적인 ‘플라스틱’ 느낌이 있다는 공통된 주장에 따라 유튜브 영상 처리 방식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일부는 영상이 유화처럼 변해 자신이 설정한 독특한 스타일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VHS 같은 저화질 질감을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Mr. Bravo는 이런 AI 편집이 자신의 창작 정체성을 훼손했다고 밝혔다.

유튜브는 이에 대해 전통적인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했을 뿐, 생성형 AI나 고급 업스케일링 모델은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르네 리치 유튜브 에디토리얼 책임자는 “일부 영상에 대해 흔들림 보정이나 노이즈 제거 등 품질 향상을 위한 기계학습 기반의 실험을 진행 중”이라며, “이는 스마트폰 카메라 기본 기능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상창작자 및 업계 전반에서는 정보 비공개와 사전 동의 부재가 문제의 본질이라는 지적이 중심을 이룬다. 독립 스트리밍 플랫폼 네뷸라(Nebula)의 CEO 데이브 위스커스는 “이건 예술가의 작품을 허락 없이 훼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레딧을 비롯한 커뮤니티에선 AI 편집이 본질적인 창작 소유권을 위협하고 콘텐츠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은 유튜브가 기술 실험이라는 명분 아래 크리에이터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투명성을 간과했다는 지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AI로 영상 품질을 개선하는 기술은 업계 전반에 걸쳐 점점 흔해지고 있지만, 그 적용 방식과 사전 공지 여부는 여전히 민감한 이슈다.

앞으로 유튜브가 기존의 편집 기준과 크리에이터 권리 사이에서 어떤 기준점을 마련할지, 플랫폼-창작자 관계 재정립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