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가 기업 현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로 부상했지만, 혁신적인 활용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여전히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기업들이 현재 AI 에이전트의 기대 정점에 도달한 상황으로, 실제 운용과정에서 오는 한계가 점차 부각되며 환멸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미국 핀테크 기업 블록(Block)과 글로벌 제약사 GSK는 AI 에이전트를 기존의 기업 업무 프로세스에 직접 연계해 초기 효율화를 실현 중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기술을 끼워 맞추는 방식이 아닌, 현존 업무 방식에 특화된 형태로 설계된 AI 도입이 ROI(투자 대비 수익률) 개선의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블록은 올해 초 오픈 소스 기반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 ‘구스(Goose)’를 도입해 운용 중이다. 10,000여 명의 임직원을 둔 이 회사는 현재 4,000명 이상의 엔지니어들이 해당 플랫폼을 활용 중이며, 월간 사용자 수가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구스는 코드 작성, 디버깅, 이메일 및 슬랙 요약 등 반복적인 개발 작업을 대행해 개발자 1인당 주당 10시간의 작업시간 절감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록의 AI 및 데이터 플랫폼 수석 리더인 브래드 액센은 이 플랫폼이 단순한 툴이 아니라 동료처럼 작동하는 '디지털 팀메이트'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는 사용자가 여러 명의 봇과 일하는 것이 아닌, 단일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어떤 작업이든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구스는 앤트로픽(Anthropic)의 LLM 기준 API 프로토콜인 MCP(Model Context Protocol)에 기반해 설계됐으며, 누구나 다양한 언어 모델과 연동하여 자신만의 AI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GUI뿐 아니라 명령어 기반 접속도 가능해 비개발자도 SQL 질의나 데이터 분석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확장성과 접근성이 강조된다.
다만 수백 개의 도구를 혼합할 수 있는 이 프레임워크 활용의 핵심은 기술이 아닌 사람 중심의 경험 설계에 있다. 액센은 “직원들이 잘 아는 방식에 맞춰 에이전트를 조정해야만 진정한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다”며 “기술이 사람과 프로세스를 따라야지, 그 반대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약업계에서는 GSK가 다중 에이전트 구조를 실험적으로 도입해 신약개발 작업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GSK의 AI 및 머신러닝 글로벌 책임자인 킴 브랜슨은 “우리의 제품에 있어 에이전트는 핵심이며, 특히 유전체 데이터와 단백질 연구 등 복잡한 생물학적 영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GSK는 자사 연구진이 직접 설계한 언어 모델과 오탈로지(개념 간 관계 구조화 작업), 맞춤형 툴체인을 조합해 다양한 데이터 세트를 읽고 가설 수립, 실험 계획 수립 등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GSK는 시판되지 않는 맞춤형 언어 모델을 자체 제작해 활용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테스트를 통해 시스템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브랜슨은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임상 실험 없이 절대적인 답을 얻기는 어렵다. 결국 인간 전문가의 직관과 판단이 여전히 중요한 자산”이라며, 데이터의 정확성 검증과 가설 수립에 있어 인간의 역할은 더욱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록과 GSK의 사례는 단순히 AI를 도입하는 것이 아닌, 각 기업 고유의 비즈니스와 인간 중심의 프로세스에 밀착된 방식으로 기술을 맞춤화해야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AI 에이전트 기술의 파급력이 커지는 가운데, 이를 실무에 어떻게 녹여낼지에 대한 고민이 향후 기업 경쟁력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