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타트업, 전통산업 혁신 주도… 5곳에 1,300억 원 쏟아져

| 김민준 기자

인공지능(AI)이 최근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에서 여전히 핵심 화두로 부상하는 가운데, 지난 8월에는 눈길을 끄는 다섯 건의 AI 기반 스타트업 투자 딜이 잇따라 성사됐다. 고령화 사회 속 알츠하이머 치료부터 의류 생산 자동화, 희귀질환 환자 지원, 공급계약 최적화, 금융사기 예방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는 활용 확장이 그 배경이다.

AI 기반 로봇 재봉으로 의류 산업에 도전장을 낸 미국 조지아주의 소프트웨어 오토메이션(SoftWear Automation)은 기존 자동 재봉 로봇 ‘소봇(Sewbot)’ 기술을 고도화하며 2000만 달러(약 288억 원) 규모의 시리즈 B1 투자를 유치했다. 이 기술은 머신비전과 AI,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의류를 빠르고 정밀하게 생산할 수 있도록 해 기존의 저임금국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지역 내 생산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덴마크 의류기업 베스트셀러(Bestseller)의 전략적 투자 부문인 인베스트 FWD가 주도했으며, 기존 투자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헬스케어 영역에서는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시티즌 헬스(Citizen Health)가 희귀질환 환자 대상 맞춤형 AI 헬스케어 서비스를 기반으로 3000만 달러(약 432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끌어냈다. 환자들이 자신의 병력과 증상을 해석하고, 비슷한 환자 커뮤니티와 소통하며, 최적의 치료경로를 찾을 수 있게 돕는 AI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이 회사는 8VC와 트랜스포메이션 캐피털, 헤드라인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시티즌 헬스는 이전에도 유전자 검사 기업 인비테이(Invitae)에 인수된 스타트업 시티즌(Ciitizen)의 공동창업자가 다시 세운 재창업 기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알츠하이머 예방 분야에선 뉴욕 스타트업 아이작 헬스(Isaac Health)가 AI를 통해 인지장애를 조기 진단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한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주목을 받았다. 플레어 캐피털이 주도한 이번 시리즈 A 투자 규모는 1050만 달러(약 151억 원)이며, 참여한 투자사로는 메리디언 스트리트 캐피털, B캐피털, 프라임타임 파트너스 등이 있다. 회사 측은 자사 기술을 통해 6개월 이내에 73%의 환자 인지기능이 개선됐으며, 3주 내 92%가 목표 인지 개선 효과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기업 지출관리 영역에서는 인피니티 루프(Infinity Loop)가 기업의 공급계약 관리와 비용 협상의 효율화를 위한 AI 플랫폼으로 500만 달러(약 72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에는 글래스윙 벤처스, TIA 벤처스가 참여했다. 이 플랫폼은 기존의 수작업이나 엑셀 기반 계약관리를 자동화하고, 계약 조건 분석과 협상 전략 추천까지 제공하여 사용자사들이 최소 12%의 연간 비용 절감 효과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사기 대응을 자동화하는 캐섭(Casap)은 2500만 달러(약 360억 원)의 시리즈 A를 확보하며 금년도 업계 최고 규모 투자가 이뤄졌다. 캐섭은 신용카드 이용자들이 실제 결제한 내역을 거짓으로 이의 제기하는 ‘1차 사기’에 대응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며, AI로 전 과정의 자동화·예측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이머전스 캐피털이 주도했으며 라이츠피드 벤처 파트너스, 소파이(Sofi) 등도 참여했다. 앞으로 엔지니어링 및 제품 개발 중심의 조직 확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전체적으로 헬스케어, 패션, 금융 등 전통 산업 전반에서 AI와 결합한 스타트업들이 꾸준한 주목을 받고 있으며,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분야에서만 글로벌 기준 50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2025년 상반기에도 이 같은 기조는 이어지고 있으며, 전년 대비 상승세가 뚜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