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자체 연구자료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시스템의 시제품을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공공 연구기관도 AI 기술을 본격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단순 검색을 넘어 연구의 논리 구조까지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지난 8월 27일 부산 본원에서 열린 연구용 인공지능 시제품 발표 행사를 통해 내부 직원들과 AI 기반 연구 지원 시스템의 개발 내용을 공유하고, 실무 활용 교육도 병행했다. 이번 시제품은 KMI가 보유한 방대한 연구보고서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를 자동 분석하고, 그에 따라 문맥에 맞는 답변을 생성하는 ‘검색 증강 생성(RAG)’ 형태의 시스템이다.
인공지능 연구 시스템은 기존의 단순 키워드 검색 수준을 넘어서, 연구 내용의 흐름과 논리적 맥락을 파악하고 추론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특히 ‘지식 그래프’를 통해 데이터 간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사용자가 연구 목적에 따라 보다 명확한 해석과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생성형 인공지능(GAI,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KMI는 이 시스템을 2026년까지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형태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러한 기술적 진척은 KMI가 2023년 조직 내 AI 전담팀을 신설한 이후 본격화됐다. 2024년부터는 3년 계획 하에 연구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AI 기반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고, 이번 시제품 공개는 그 첫 성과로 평가된다. 전사적인 확대 적용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연구자 개개인의 분석 성향과 필요에 맞춘 ‘맞춤형 연구 도우미’ 형태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KMI는 향후 음성, 영상 등 비정형 데이터까지 통합분석 범위를 넓혀,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는 창의적 연구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한다. 조정희 원장은 이번 시제품에 대해 “AI 챗봇이 단순한 도우미 수준이 아니라, 연구자에게 새로운 아이디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공공 연구기관에서도 인공지능을 단순 도구가 아닌 실질적인 연구 시스템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 정책이 AI 활용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다른 분야 연구기관들로 유사한 시스템 채택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