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전용 데이터센터가 울산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가 동북아 AI 인프라 경쟁에서 중요한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센터(AWS)는 8월 29일 울산에서 ‘SK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울산’ 착공에 들어갔다. 이로써 한국은 일본, 중국 등과 함께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놓고 벌인 치열한 경쟁 끝에 동북아 AI 컴퓨팅 허브로 자리매김할 준비를 마쳤다. 이번 사업은 AI 기술 발전에 따라 폭증하는 데이터 처리 수요에 대응하고, 글로벌 AI 생태계 중심국가로 도약하려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맞닿은 결과로 평가된다.
이번 프로젝트가 울산으로 최종 확정된 배경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전략적 접근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지난해부터 데이터센터가 단순한 저장 공간에서 벗어나 고성능 연산을 담당하는 ‘AI 토털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그는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운영 경험, 발전 자회사의 전력 공급 능력, 건설 계열사 SK에코플랜트의 시공 역량까지 SK 내부 자원을 통합해 이른바 ‘AI 토털 설루션 패키지’를 구성했다.
이 ‘토털 패키지’는 단순한 기술 공유가 아닌 각 계열사의 기술과 인프라를 입지 계획에 맞춰 유기적으로 결합한 제안으로, 지난해 6월 최 회장이 미국을 찾아 앤디 제시 AWS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올해 3월까지 세 차례에 걸친 대면 및 비대면 협의가 이어졌고, SK 임직원들은 실제로 14만 5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며 사업 성사를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AWS 측도 단순한 부지 제공 이상으로, SK의 전방위 협업 능력과 인프라 자체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직접 울산을 찾아 실사를 진행하면서 SK의 역량과 사업 의지를 확인했고, 여기에는 데이터 주권 확보 가능성과 해당 지역의 전력 안정성, 시공 역량 등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울산은 국내 주요 산업도시라는 점에서 AI를 활용한 스마트 제조도시 전환의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울산 데이터센터는 2027년 말 첫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완공되면 약 7만 8천 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향후 최 회장은 기가와트(GW)급 규모로 시설을 증설하겠다는 계획도 밝히며, 장기적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이런 대규모 AI 중심 인프라 구축이 현실화되면서, 한국은 ‘소버린 AI’(자국의 데이터 주권을 강조하는 개념) 관점에서 독자적 AI 생태계 조성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주요 첨단시설이 조성된다는 점에서 지역 균형발전과 제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도 의미가 깊다. 향후 이와 같은 거점이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AI와 디지털 산업을 중심 축으로 한 새로운 산업지도 재편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