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마음을 읽는 시대… 뇌파로 감정 추적한다, 법은 아직 공백

| 연합뉴스

인공지능을 이용해 인간의 감정을 읽는 기술이 교육과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험되고 있지만, 기술 발전에 비해 사회적 논의와 제도 장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대학에서는 뇌파 기반 AI 감정분석 기기를 시범 운영한 결과, 착용자의 스트레스 상태를 감지해 경고하는 기능까지 선보였다. 사용자가 아무 말 없이 앉아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계는 뇌파를 분석해 감정 상태를 추정했다. 이처럼 외형이 아닌 내면의 상태를 기술이 포착하기 시작하면서, 과연 AI가 인간의 '속마음'까지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감정인식 기술의 핵심은 뇌파 분석에 있다. 뇌파는 뇌세포가 활동하며 발생시키는 미세한 전기 신호로, 원래는 뇌전증이나 수면장애 같은 질환 진단에 활용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되면서 감정 상태를 판단하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AI는 여러 감정 상태에 따른 뇌파 패턴의 차이를 학습하고, 이를 통해 기쁨·분노·불안 등 다양한 감정을 분류할 수 있다. 예컨대 중국 상하이교통대는 뇌파와 얼굴 표정, 심박수를 함께 분석해 감정을 90% 이상 정확도로 구분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정확도는 실험실처럼 환경이 통제된 조건에서만 기대할 수 있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이 같은 기술은 이미 교육, 의료, 마케팅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 시범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예컨대 온라인 수업에서 학생의 집중도를 실시간 측정해 교사에게 피드백을 제공하거나, 환자의 감정 상태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 치료에 반영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광고업계에서는 가상현실 기기에 센서를 부착해 소비자의 감정 반응을 실시간 분석하려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감정의 미세한 변화까지 실시간으로 읽어낼 수 있다면, 서비스의 맞춤화 수준도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이 놀라움만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뇌파 정보는 단순한 생체신호가 아닌, 개인의 감정 상태와 의식 활동이 반영된 고도 민감 정보다. 이에 따라 미국 일부 주에서는 이미 뇌파 데이터를 개인정보로 규정하고 사용자에게 수집·이용·삭제 권한을 보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연합도 고위험 인공지능 기술로 감정인식 시스템을 분류하며, 학교나 직장에서의 원칙적 사용 금지를 명문화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관련 법과 제도가 미비한 상태다. 개인정보 보호법조차 뇌파 데이터를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어, 기술의 현실 적용과 법적 보호 간 간극이 우려를 낳고 있다.

결국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느냐다. 감정을 추정한다고 해서 개인의 판단이나 선택에 직접 개입하거나 조작할 수준은 아니지만,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신경권’, ‘인지자유권’ 같은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뇌 기반 정보의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기술만큼, 그 마음을 지켜주는 제도의 정비가 급선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관련 기술의 상용화 여부와도 직결된다. 기술이 널리 쓰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정확도뿐 아니라 윤리적 수용성과 신뢰성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가 기술에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그 숙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