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가 직접 개발한 인공지능(AI) 전용 칩을 선보였지만,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점적 시장 지위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기존 제품보다 활용 범위가 넓은 새로운 AI 칩을 자체 설계·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이 칩은 다양한 AI 추론 작업에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으며, 생산은 중국 내 업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3% 넘게 하락하며 시장이 일시적으로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은 9월 1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시장 반응은 단기적 영향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채민숙 연구원은 “알리바바의 자체 칩 개발이 엔비디아의 시장 지위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분석하며, 주요 글로벌 기업인 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이 이미 자체 AI 칩을 개발했거나 이를 준비 중임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의 위상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성능 반도체 위탁 생산을 담당하는 TSMC의 공정 중 AI 칩에 적합한 CoWoS(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 공정에서 엔비디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40%에서 2026년에는 60%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 칩을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AI 칩 수요에서 여전히 엔비디아가 중심을 잡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중국의 다양한 제약 요인도 알리바바 칩의 상용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알리바바는 TSMC 같은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설)를 활용할 수 없고, 고성능 AI 칩에 필수적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역시 대중 수출이 제한돼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칩은 고사양 연산이 아닌 일부 범용 AI 추론 작업에 국한돼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AI 칩을 개발해 제품화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기술력·소프트웨어·생태계 전반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엔비디아에 비견할 수 있는 경쟁자가 단기간 내 등장하긴 어렵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알리바바가 자체 칩 개발을 완성할 경우, 구글에 이어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독자적 반도체를 모두 보유한 두 번째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 관점에선 시장 판도 변화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흐름은 결국 미국 주도의 AI 반도체 시장에 중국도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른 기술 자립과 국제 공급망 재편도 점차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