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뇌파 기술로 로봇팔 제어… 마비 환자, 희망의 손을 뻗다

| 연합뉴스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신체가 마비된 환자들이 인공지능과 뇌파기술을 이용해 로봇팔이나 컴퓨터 커서를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일상생활에서 자율성을 회복할 가능성이 한층 가까워졌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의 조너선 카오 교수 연구팀은 2025년 9월 2일 과학 저널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Nature Machine Intelligence)’를 통해, 비침습적 방식으로 뇌파를 읽어 사용자의 의도를 해석하고 이를 동작으로 변환하는 인공지능-뇌·컴퓨터 인터페이스(AI-BCI) 시스템을 공개했다. 비침습적 방식을 사용한 점에서 기존 뇌 이식형 BCI 기술보다 환자의 부담이 훨씬 작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는 사람의 뇌파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외부 장치를 조작하게 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뇌에 직접 센서를 이식해야 했기 때문에 뇌 수술 위험과 고비용이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에 비해 이번 연구에서 활용된 시스템은 두피에 센서를 부착해 뇌파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사용자가 큰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높다.

연구팀은 두피에서 측정한 뇌파(EEG)에서 사용자의 동작 의도를 나타내는 신호를 추출하고, 이를 인공지능이 실시간 분석해 컴퓨터 커서나 로봇팔을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시스템을 적용한 결과, 백의사증(척수 손상으로 인한 상·하지 마비) 환자의 커서 이동 속도는 기존 BCI의 4배 수준까지 올라갔고, 로봇팔을 이용해 책상 위의 블록을 지정된 위치로 옮기는 복잡한 작업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마비가 없는 건강한 성인에게도 동일한 실험을 적용한 결과,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때 수행 속도는 2배 이상 향상됐다. 이는 AI가 BCI의 약점을 보완하고 사용자의 의도를 좀 더 정확하게 이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구팀은 이를 '공유 제어 모델(Shared Control Model)'이라고 명명하고, 향후 AI가 더욱 정교해질수록 복잡한 일상 업무까지도 자가 수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마비 환자나 루게릭병처럼 운동 장애를 겪는 환자들이 인공지능 보조 기술을 통해 일상적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연구팀은 실제 병원이나 가정 환경에서 이 기술을 활용하려면 다양한 사용자 조건과 복잡한 환경을 고려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의료용 보조 기술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인공지능과 인간이 협력하는 새로운 형태의 어시스티브 테크놀로지 발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