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기술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사내 전용 관리 시스템인 ‘AI 거버넌스 포털’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는 AI 서비스 전반에 걸쳐 윤리적 판단 기준을 적용하려는 기업 차원의 노력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공개된 AI 거버넌스 포털은 SK텔레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원칙인 ‘T.H.E. AI’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이 원칙은 ▲통신 기술 기반의 연결과 신뢰를 의미하는 ‘바이 텔코’(by Telco) ▲사람 중심의 다양성과 포용, 사회적 가치 창출을 지향하는 ‘포 휴머니티’(for Humanity) ▲기술 개발 시 윤리적 책임을 중시하는 ‘위드 에틱스’(with Ethics)를 세 가지 축으로 한다. 이처럼 철학적 기반을 사전 명문화해 기술 개발에 접목하는 방식은 AI 기술이 확산되는 가운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려는 최근 글로벌 흐름과 맞닿아 있다.
AI 거버넌스 포털의 가장 큰 특징은 위험 요소에 대해 이중 검토 체계를 둔다는 점이다. 먼저 각 사업 부서가 AI 서비스를 자가 진단한 후, 기술 및 윤리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적인 검토 조직인 ‘레드팀’이 추가로 심의하는 구조다. 레드팀은 기술적 취약점뿐 아니라 알고리즘 편향성,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보완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기존의 개발자 중심의 시스템 운영 구조에 외부의 감시 기능을 이식한 셈이다.
이 같은 진단과 점검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 출시 전후를 포함한 전체 생애주기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진다고 SK텔레콤은 설명했다. 포털은 AI 서비스별 고위험 요소의 진행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대시보드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 실시간 관리가 가능하다. 지속적으로 바뀌는 기술 환경에서 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준을 세우고 이행 상황을 추적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은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선도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SK텔레콤은 이번 시스템 도입을 통해 고객 신뢰를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생태계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재헌 SK텔레콤 대외협력담당 사장은 “AI 기술의 윤리적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해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국내 기업들이 AI 기술 도입 과정에서 단순한 기술적 우위뿐 아니라 윤리적 기준 준수 여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방향으로 산업 전반의 문화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AI 규제 로드맵이나 해외 제도와의 정합성을 고려할 때, 기업 차원의 자율적 안전관리 체계 구축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