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영유아의 자폐스펙트럼장애 가능성을 가정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모델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조기 진단을 어렵게 하는 기존 한계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모델은 세브란스병원 천근아·김휘영 교수와 서울대병원 김붕년 교수가 주도한 공동 연구에서 탄생했으며, 전국 9개 병원을 통해 수집한 18개월에서 48개월 아동 1,242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제작되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이 실제 아이의 음성과 기존 설문 검사 정보를 종합해 자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훈련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의사소통이나 사회적 상호작용이 제한되고, 특정한 행동 패턴을 반복하는 발달장애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발표에 따르면, 아동 3명 중 1명은 8세가 넘도록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는 조기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왔다.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AI 모델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놀이 기반 과제를 통해 아이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유도하고, 이 과정에서 녹음된 목소리의 리듬과 억양, 반응의 특징 등을 분석한다. 예컨대 이름을 불렀을 때의 반응이나 부모를 따라 하는 행동 등을 수집해 분석에 사용한다. 기존의 부모 설문 기반 검사 방식보다 훨씬 높은 정확도를 기록했는데, 일반 아동과 위험군을 94% 이상 정확도로 구분했고, 고위험군과 실제 자폐 아동도 85% 정확도로 판별했다.
천근아 교수는 "대부분의 경우, 자폐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야 병원을 찾게 되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어려운 구조였다"며, "이번 AI 기술을 통해 조기 진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아이의 사회적 기능 개선에 실질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국립정신건강센터의 발달장애 디지털 치료제 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으며,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npj 디지털 의학’에 최근 게재됐다. 향후 이 인공지능 모델이 보건소나 가정 중심의 조기 선별 도구로 보급된다면,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도 신속한 진단과 개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