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와 오라클(ORCL)이 약 5년간 3,000억 달러(약 432조 원)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계약을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는 ‘스타게이트(Project Stargate)’로 명명된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의 일환으로, AI 산업에 대한 기술 기업들의 투자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초대형 거래다.
양사가 공동 구축할 데이터센터 컴퓨팅 용량은 4.5GW 수준으로, 이는 미국 후버댐 두 곳의 전기생산량을 합친 수준이자 약 400만 가구가 소비하는 전력량에 해당한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오픈AI는 이 인프라를 바탕으로 차세대 AI 모델 개발 속도를 높이고, 챗GPT(GPT) 기반 서비스를 전 세계 수십억 사용자에게 제공하려는 계획이다.
이번 계약은 오라클이 수익 예측을 상회하는 막대한 신규 계약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직후 공식화됐다. 오라클은 지난 분기에 향후 수익으로 3,170억 달러(약 456조 원)를 확보했다고 밝혔고, 주요 클라이언트 중 하나가 오픈AI인 것으로 드러났다. 올 6월까지만 해도 오라클은 연간 300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계약을 체결했다고만 언급했지만, 이번 발표로 계약의 실체와 규모가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이보다 앞서 올해 1월 백악관에서 진행된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발표 행사에서는 샘 알트만 오픈AI CEO와 래리 엘리슨 오라클 CTO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출석해 미국이 AI 분야에서 기술 패권을 잡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당시 양사는 최소 1,000억 달러 규모로 데이터를 처리할 클라우드 인프라를 공동 구축하겠다고 밝혔었다. 이후 투자 규모는 5,000억 달러(약 720조 원)로 상향됐고, 현재는 그 절반 이상에 대한 자금 조달이 확보된 상태다. 텍사스 아빌린에는 대규모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번 계약에는 리스크도 동시에 존재한다. 오픈AI는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매년 600억 달러(약 86조 원)를 쓰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지출이 동반되는 만큼 향후 수년 간 재무적 도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수익 전환 시점을 알트만 CEO는 2029년 이후로 보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오라클 역시 특정 단일 고객에 의존하는 매출 구조로 인해 재무 건전성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자본 대비 부채 비율은 427%로, 마이크로소프트(MSFT)나 아마존(AMZN), 메타(META)와 비교했을 때 유동성이 훨씬 취약한 상태다. AI 칩 확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는 점도 부정적인 변수다.
한편 양사는 아랍에미리트(UAE)와 협력해 이 지역에서도 별도의 1GW 규모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UAE 정부 간의 협상 결과로 성사됐으며, 소프트뱅크와 현지 투자사 G42도 투자자로 참여한다. 특히 G42는 UAE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금액만큼을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에도 동일하게 투입하는 조건 아래 자금을 조달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실리콘밸리 전반에 걸쳐 확산 중인 'AI 인프라 전쟁'의 정점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GOOGL), 메타 역시 총 3,000억 달러를 들여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올 한 해 안에 건설할 계획이다. 그 중에서도 오픈AI와 오라클이 이끄는 스타게이트 동맹은 범정부 차원의 전략적 성격을 띠며, 경쟁에 있어 독보적인 존재감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자들의 기술력과 자금력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양사의 이 대담한 도전이 과연 챗GPT의 대중화와 함께 수익 확대로 연결될 수 있을지에는 시장의 관심과 경계가 동시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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