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면서,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클라우드 산업 확대와 맞물려 관련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오라클이 오픈AI와 맺은 대형 계약은 이러한 열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6월 기준으로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 지출이 연율 기준 400억 달러, 한화 약 56조 원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한 수치로, 작년 6월에도 50% 증가했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통계는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를 토대로 분석됐다.
데이터센터 지출이 급증한 배경에는 인공지능 서비스에 대한 수요 폭증이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로 불리는 대형 기술 기업들은 AI 기반의 컴퓨팅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이들은 전력소비가 큰 초대형 서버와 GPU(그래픽처리장치) 중심의 특화된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대폭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에서 활동하는 오라클이 발표한 초대형 계약이다. 오라클은 인공지능 챗봇 ‘챗GPT’의 개발사로 잘 알려진 오픈AI와 향후 5년간 약 3천억 달러, 즉 한화로 약 416조 원 규모의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계약이 발표되자 오라클의 주가는 하루 만에 36% 뛰어오르며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계약은 단순한 수치상의 거래를 넘어, 사실상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오픈AI가 사용할 전력량만도 약 4.5기가와트(GW)로, 이는 가정집 약 400만 가구가 사용하는 수준의 전기를 필요로 한다. AI가 가져올 산업혁신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이처럼 막대한 에너지 소비와 기반시설 확장은 향후 에너지 수급 문제나 환경적 영향도 논의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데이터센터가 전체 전력수요의 핵심 요소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전력소비 증가 요인이 여기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전기차(EV) 확대, 난방 전기화, 산업시설의 국내 복귀(리쇼어링), 건물 내 전기 설비의 확대 등도 함께 전력소비 증가를 이끄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반 산업의 구조를 재편하면서, 한편으로는 전력 인프라와 도시계획, 환경정책 등 다른 산업에도 연쇄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향후 데이터센터 투자와 관련한 규제나 에너지 공급 정책 방향이 클라우드 산업 및 인공지능 확산 흐름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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