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향후 10년간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경제학자들이 전망한 가운데, 노동시장에 미칠 구조적 변화와 사회적 불평등 심화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한국경제학회가 9월 12일 발표한 ‘AI 정책’ 주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국내 경제학자 응답자 중 63.6%는 인공지능이 앞으로 10년 동안 한국 경제 성장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성장률을 크게 높일 것’이라는 기대와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신중한 견해가 각각 18.2%로 나타났으며, AI가 경제에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는 기술 혁신이 공급 측면의 생산성 향상을 유발하며,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반면, 노동시장에 대한 전망은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었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중 가장 많은 44.4%가 ‘전반적인 직업 전환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 직종이 사라지기보다는, 개인 또는 산업 차원에서 상당한 수준의 재교육과 직무 재배치가 요구될 것이라는 의미다. 추가로 27.8%는 AI 기술 보유 및 활용 능력에 따라 고용 및 소득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AI 채택도가 낮은 계층이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인식이다.
직무 유형별로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업무보다 고숙련 사무직에서 먼저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전체의 16.7%는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고숙련·인지 기반 일자리가 대체될 것으로 예상한 반면, 저숙련·육체 노동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은 8.3%에 그쳤다. 생산성 향상을 통해 전반적인 노동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은 단 2.8%에 불과해 기술 발전의 혜택이 일방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AI 기술 발전에 대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응답자 대부분이 일정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핵심 인프라 및 교육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 개입’이 39.4%, ‘연구개발, 인프라, 규제 완화 등 전방위 접근’을 뜻하는 적극적 개입이 36.4%로 나타나, 전체의 75% 이상이 정부의 정책적 대응을 바람직한 해법으로 본 것이다. 우선순위 정책 분야로는 인프라 구축과 인재 양성이 각각 27%로 공동 1순위를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 법과 제도 정비(21.6%), 불평등 완화(16.2%), AI 산업 생태계 조성(8.1%) 등이 꼽혔다.
AI 기술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와 동시에, 고용 및 소득 구조에서의 편차를 키울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가 맞물리는 상황에서, 정부와 산업계는 기술 도입의 속도만큼이나 그 수용 과정에서의 사회적 불균형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향후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설계되느냐에 따라 AI 기술이 한국 경제에 유익한 동반자가 될지, 사회 갈등의 새로운 촉매가 될지가 결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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