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을 본격화하려는 시점에 핵심 인재들의 잇단 이탈로 난관에 부딪혔다. 특히 음성 비서 ‘시리(Siri)’ 개발을 주도했던 고위 임원이 회사를 떠나면서, AI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지시간 9월 1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플의 시니어 AI 임원인 로비 워커가 오는 10월 회사를 떠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비 워커는 애플에서 음성 기반 인공지능인 시리 개발을 이끌었던 핵심 인물 중 하나로, 최근에는 AI 기반의 새로운 웹 검색 시스템 개발에도 참여해 왔다. 그러나 프로젝트 내 역할이 축소되는 등 최근 몇 달간 직무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은 그간 음성 비서 시리의 AI 성능 개선에 대한 기대 속에서 외부 경쟁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느린 개발 속도를 보여왔다. 이에 따라 워커는 올해 초 시리 개발 총괄에서 물러났고, 이후 오픈AI의 챗GPT나 퍼플렉시티와 같은 타사 AI 검색 기술과 경쟁할 수 있는 자체 검색 플랫폼 구상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 계획 역시 구체적인 출시 시간표는 내년으로 넘어가 있는 상황이다.
애플 내부에서는 최근 AI 관련 프로젝트에서 담당 인력의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워커뿐 아니라 AI 모델링 팀을 이끌던 루오밍 팡은 최근 메타(구 페이스북)로 자리를 옮겼고, 그를 따라 다수의 엔지니어와 연구 인력도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색부서의 고위 임원이었던 프랭크 추가 지난달 같은 방식으로 메타로 이직하면서, 애플의 AI 부문은 인력 공백이 드러나는 양상이다.
애플은 그동안 하드웨어 중심의 성장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AI 분야에 있어서는 비교적 보수적인 접근을 해 왔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생성형 AI 기술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는 가운데, 앞으로의 기술 경쟁력 확보가 시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커가 내부 회의에서 “우리는 길고 긴 여정을 수행했지만, 최종 목적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표현으로 아쉬움을 나타낸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최근 인재 이탈로 애플의 AI 개발 전략은 일정 부분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자체 생태계와 프라이버시 중심 정책을 기반으로 AI 기술을 보다 조심스럽게 통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계속된 리더십 공백은 장기적 경쟁력 확보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애플이 AI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접목할지에 따라 글로벌 기술 기업 간의 주도권 판도에도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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