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분야 투자 확대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본격적인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이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 기조에 발맞추는 동시에, 전 세계적인 위안화 수요 확대와 중국 내 저금리 환경을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가장 최근에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위챗’과 글로벌 게임 사업을 운영하는 텐센트가 새롭게 자금 조달에 나섰다. 텐센트는 2021년 이후 처음으로 4년 만에 딤섬본드 발행 계획을 공식화했다. 딤섬본드는 외국 기업이 홍콩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으로, 이번에는 5년, 10년, 30년 만기로 구성돼 있다. 다만 구체적인 발행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이를 텐센트의 AI 투자 확대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조치로 평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텐센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알리바바는 지난 11일 32억 달러(약 4조4천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고, 지난해에도 170억 위안(약 3조3천억 원) 규모의 딤섬본드를 조달한 바 있다. 바이두 또한 3월 100억 위안(약 1조9천억 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 데 이어, 이달에는 44억 위안(약 8천5백억 원) 규모의 신규 채권 발행 계획을 내놨다. 이 밖에 음식 배달과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메이퇀도 채권 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중국 IT 대기업들이 앞다퉈 채권 시장으로 향한 배경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책 전환이 있다. 2023년 이후 정부는 빅테크에 대한 규제 기조를 완화함과 동시에, AI·클라우드 컴퓨팅 등 차세대 기술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방침을 천명했다. 이에 대응해 민간 기업들이 자금 확보 및 선제적 투자를 통해 미래 산업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채권 시장 환경도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홍콩에서의 딤섬본드 발행량은 지난해 1조4천억 위안(약 271조 원)으로 2022년 대비 3배 이상 급증했으며, 올해는 그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분석에 따르면, 해외 위안화 채권 누적 발행 규모는 9월 기준 약 5천250억 위안(약 102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8% 증가했다. 특히 홍콩에서 발행하는 채권은 중국 본토의 까다로운 자본 통제를 적용받지 않아, 기업들이 외화환전 및 자본 재투자에 있어 훨씬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중국 정부는 2010년대 중반부터 AI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왔고, 2030년에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국영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중국 AI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5조6천억 위안(약 99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자금조달과 투자 확대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책적 뒷받침과 함께 글로벌 자금유치를 통한 기술력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 빅테크의 AI 본격 행보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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