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AI, 1.4조 투자 유치…로봇 생산능력 1만 2,000대 시대 연다

| 김민준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피겨AI가 1조 4,4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유치하며, 기업 가치 39조 2,000억 원을 기록했다. 주요 투자자로는 파크웨이 벤처 캐피털을 비롯해 엔비디아(NVDA), 인텔 캐피털, 퀄컴 벤처스, 세일즈포스(CRM), LG 테크놀로지 벤처스, T모바일 벤처스 등이 포함됐다.

피겨AI는 사람형 로봇을 개발하는 신생 스타트업으로, 공장 업무의 자동화는 물론 일상 생활의 반복적인 가사 처리까지 돕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피겨 02’는 사람과 흡사한 손 동작을 구현하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16개의 자유도를 지닌 이 로봇의 손은 사람 손의 27개 자유도에 근접한 섬세한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자체 개발한 배터리와 액추에이터를 장착한 차세대 모델 ‘피겨 03’를 공개했다. 이 로봇은 2.3kWh의 배터리를 통해 최대 5시간 연속 작동이 가능하며, 피겨AI는 이 제품을 자사 스마트팩토리인 ‘BotQ’에서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BotQ는 피겨AI가 처음부터 자체 설계한 스마트 제조 공장으로, 생산 속도 면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기존 공정에서는 1주일이 걸리던 부품 생산이 이곳에서는 단 20초면 완료된다.

새로운 자금은 이 공장의 연간 로봇 생산 능력을 1만 2,000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이 숫자의 대폭 확대도 계획 중이며, 생산 과정 일부를 피겨 로봇 자체로 대체해 공장의 자동화율 역시 높일 방침이다.

핵심 기술로는 시각-언어-행동 기반 AI 모델 ‘헬릭스(Helix)’가 있다. 헬릭스는 로봇 센서로 입력된 영상 데이터를 분석하고 자연어 명령어를 해석해 동작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새로운 물체를 인식하게 하려면 수작업으로 프로그래밍해야 했지만, 헬릭스는 처음 보는 가정용 물품도 자체적으로 이해하고 조작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두 대의 로봇이 협업해 장을 정리하는 일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엔비디아의 그래픽 칩을 활용한 고도화된 AI 훈련 인프라 구축도 이번 투자금 활용 계획에 포함됐다. 피겨AI는 이를 바탕으로 헬릭스의 인지 능력과 추론 기능을 강화하고, 다양한 데이터셋을 조합한 멀티모달 학습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피겨AI의 이번 성과는 AI와 로보틱스 융복합 산업이 가진 가능성을 여실히 드러내며, 차세대 제조 및 생활 솔루션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