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재길 교수 연구팀이 군중 밀집 상황을 보다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 단순히 사람이 얼마나 모였는지를 넘어서, 인구 이동의 흐름까지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번 기술의 핵심이다.
이번 연구는 인파 사고 예방과 도시 안전 관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2022년 이태원 참사처럼 순식간에 다중 인파가 몰리며 벌어지는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단순히 특정 구역의 인원 수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예측 기술이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시간에 따라 변하는 그래프(시변 그래프) 개념을 활용해, 정적인 인구 밀집 정보(정점 정보)와 사람의 이동 경로(간선 정보)를 동시에 고려하는 학습 모델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특정 지하철역에 사람이 얼마나 있고, 이들이 어떤 경로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함께 분석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이 두 요소 중 하나만을 분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연구팀은 두 정보를 결합해야 위기 상황의 조짐을 실질적으로 잡아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연구팀은 '바이모달 학습' 방식을 적용했다. 이는 공간적 정보(어디에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와 시간적 변화(언제, 어떤 방향으로 이동하는지)를 동시에 학습하는 인공지능 구조다. 여기에 더해 3차원 대조 학습 기법도 도입했는데, 이는 단순 시간 단면의 밀집 정도뿐 아니라, 일정 시간대에 걸쳐 군중 밀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까지 분석할 수 있게 한다.
연구팀은 서울, 부산, 대구의 지하철 및 뉴욕 교통 데이터를 비롯해 코로나19 확진자 분포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총 6종의 학습용 데이터셋을 새로 구축해 공개했으며, 이 기술은 기존 최신 예측 모델 16종과의 성능 비교에서 모든 항목에서 뛰어난 결과를 보였다. 예측 정확도에서는 기존 우수 모델 대비 최대 76.1%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대회인 ‘지식발견 및 데이터마이닝학회(KDD) 2025’에서 지난달 발표됐다. 이재길 교수는 이번 기술이 대형 행사나 도심 교통 혼잡 예방은 물론, 감염병 확산 억제 같은 공공위험 대응 분야에도 널리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기술 발전은 국민 안전을 위한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과 스마트시티 구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인공 지능을 활용한 도시 안전 관리 방식은 더욱 고도화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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