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에 날아오른 반도체… 필라델피아 지수, 8년 만에 '최장 상승'

| 연합뉴스

미국 반도체 업황이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 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9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2017년 이후 약 8년 만에 최장 상승 기록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9월 16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이날 0.3% 오르며 9일 연속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간 누적 상승률은 8.7%에 달하고, 올해 들어서만 22.07% 오르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 지수 상승률(15.73%)을 크게 웃돌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미국 내 주요 반도체 상장기업 30곳의 주가를 반영하는 지수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흐름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통한다.

이번 강세장의 중심에는 AI 확산이 만든 실제 수요 증가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데이터 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수주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이 투자심리에 크게 작용했다. 오라클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약 4천550억 달러(한화 약 630조 원)에 달하는 클라우드 수주 잔고를 공개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도 약 174억 달러(약 24조 원) 규모의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 AI 인프라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주가 기대감이 아닌, 산업 전반의 실질적인 성장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피닉스 파이낸셜 서비스의 웨인 코프먼 수석 시장 분석가는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관련 컴퓨팅 자원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었음을 의미한다”며, 반도체 업황의 상승세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올 한 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상승분의 대부분은 엔비디아, 브로드컴, 대만 TSMC, 마이크론 테크놀러지 등 4대 주요 반도체 기업에서 나왔다. 이들 업체는 고성능 칩 개발과 대규모 공급망 확보에 앞장서는 기업들로, AI 연산 처리에 필수인 반도체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이 외에도 AMD, 퀄컴, 인텔, ASML 등 다른 글로벌 반도체 제조기업들도 지수 구성에 포함돼 있다.

이 같은 흐름은 AI 기술의 상용화 및 확산 속도가 빨라질수록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반도체는 AI 관련 하드웨어의 핵심 부품이라는 점에서, 향후 몇 년간 전국 또는 글로벌 차원에서 인프라 투자 확대가 지속될 경우,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과 기업 수익성 동시에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