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이 기업 전반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는 가운데, 시스코(CSCO)는 이 변화의 핵심 무대가 데이터센터가 아닌 에지(edge)인 캠퍼스와 지점 네트워크에 있다고 진단했다. 시스코는 급증하는 AI 워크로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AI 레디’ 네트워크 인프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시스코의 마케팅 총괄 이사인 그랜트 셔크는 최근 열린 ‘네트워킹 포 AI 서밋’에서 “클라우드 중심의 데이터센터가 주목받고 있지만, 진정한 변화는 사무실 구역과 현장 시스템이 결합된 에지 네트워크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투자 흐름이 데이터센터라는 연기를 만들었다면, 진짜 불길은 에지에서 타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AI 기술을 도입하면서 네트워크의 트래픽과 복잡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셔크는 “워크로드가 10배 이상 늘어나는 상황에서 단순 용량 증설만으로는 대응이 어렵고, 네트워크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그는 글로벌 제약회사가 네트워크 확장 후에도 여전히 AI 모델 동작에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시스코는 다양한 산업군의 고객사들이 이미 이 같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한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은 드라이브스루 주문창에 소형 언어모델을 도입해 고객 주문을 실시간으로 음성 인식 및 번역하고, 이를 판매 시스템과 자동 연동하여 처리 속도를 개선했다. 이는 곧 매출 증대와 직결되며, 자연스럽게 보다 치밀한 지점 네트워크 설계 요구로 이어진다.
시스코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에이전틱(agentic) 운영'을 차세대 네트워크 관리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네트워크, 보안, 애플리케이션 팀이 통합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능형 시스템이다. 에이전틱 시스템은 반복 업무를 대체할 뿐 아니라, 맥락의 이해와 추천, 결정 과정을 학습하며 조직의 정책과 기준에 맞는 작동 패턴을 함께 학습한다.
셔크는 “에이전틱 모델의 핵심은 '멀티플레이어'적 협업”이라며 “한 명의 사용자와 단편적으로 대화하는 것을 넘어, 네트워크 팀 전체가 AI와 공동작업을 하며 신뢰 기반의 운영 체계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스코는 통신 인프라 기업으로서의 전통적인 역할을 넘어, AI 기반의 네트워크 혁신을 주도하는 플랫폼 기업으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캠퍼스와 지점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전장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업계 전반의 AI 확산에 따라 앞으로도 시스코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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