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사람처럼 '망각'한다…국내 연구진, 자율주행 효율 30% 높인 AI 개발

| 연합뉴스

국내 연구진이 사회적 행동 원리를 본떠 자율주행 로봇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박경준 교수 연구팀이 다양한 정보 중 중요도에 따라 일부를 망각하는 ‘피지컬 AI’ 기술을 만들어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피지컬 AI(Physical Artificial Intelligence)는 사회 현상 중 하나인 ‘정보 확산과 망각’ 패턴을 기반으로 한다. 예컨대 사람들은 어떤 이슈가 터지면 관심이 집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잊게 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을 수학적으로 분석해, 이를 로봇 집단의 협동 알고리즘에 적용했다. 그 결과, 로봇은 불필요한 정보는 잊고 필요한 정보만 공유하게 되며, 전반적인 작업 효율도 높일 수 있게 됐다.

기존 자율주행 로봇(AMR, Autonomous Mobile Robot)은 센서를 중심으로 즉각적인 피드백에 의존해 움직이기 때문에 경로상 불필요한 우회나 중복 작업이 자주 발생했다. 이는 물류센터나 공장 등에서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는 구조적 한계였다. 하지만 피지컬 AI는 사회적 맥락 모방을 통해 로봇들이 주변 상황을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판단 기반의 협업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실제 실험에서도 이 기술의 효과가 입증됐다. 기존 방식 대비 로봇의 작업 처리량은 최대 18% 증가했고, 평균 주행시간은 최대 30.1%나 단축됐다. 즉, 로봇이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처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반응하고, 불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걸러내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경준 교수는 이번 연구가 물류센터나 대형 창고, 스마트 팩토리와 같은 산업 현장에서 자율주행 로봇의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흐름 속에서 자동화와 지능화를 동시에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 반응도 주목된다.

이 같은 기술 발전이 이어진다면, 향후 로봇 기술은 점점 더 인간의 사회적 사고방식과 유사하게 작동할 수 있다. 이는 단순 작업 자동화를 넘어서, 로봇 스스로 판단하고 협력하는 고도화된 산업 생태계로 확장될 가능성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