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전기 부족이 발목 잡나…데이터센터 '전력 병목' 우려 확산

| 연합뉴스

인공지능 시장의 급속한 성장 속에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전력 인프라의 공급 계획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송전설비 구축 단계부터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상향식’ 계획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 전환 시대의 전력수요 대응’ 세미나에서는, AI 기술 확산과 함께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입지 확대가 전력계획과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제 발표에 나선 에너지 컨설팅 기업 솔루션스트레트지파트너스 함완균 대표는 “데이터센터는 통상 2~3년 안에 빠르게 입주하지만, 발전소나 송전선 건설은 최소 5~7년이 걸린다"며, 구조적인 수요-공급 불일치가 전력 시스템 전반에 병목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경제인협회가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실, 대한전기협회와 공동으로 주최했다. 정부가 연초에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전력 수요는 106.0기가와트(GW) 수준이지만, 2030년까지 118.1GW, 2038년에는 145.6GW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산업 부문의 수요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에너지분석관 빈센트 자카몬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지난해 41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까지 945TWh로 연평균 15%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도심 인근에 대규모로 클러스터화되어 들어서는 데이터센터는 전력 수요의 지역 집중도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구글이나 아마존 등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민간이 주도적으로 전력 계획에 참여해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마련하고 있다고 함완균 대표는 설명했다. 이런 시스템은 정부가 전력 수요를 과도하게 예측하거나 부담을 떠안을 필요 없이, 민간의 투자와 계획역량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데이터센터가 지방에 입지할 경우에는 가까운 대형 발전소에서 직접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울산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인 SK텔레콤의 이영탁 부사장은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국은 AI 산업 육성과 함께 전력 수급 전략을 병행해 발표하고 있다”며, 한국도 정책 추진 시 이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정부 에너지 정책이 민관 협력을 강화하고, 예측 기반에서 유연성 기반으로 옮겨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AI 기술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관련 인프라에 대한 계획 수립 방식 또한 근본적인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