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AI 스타트업 앱젠, 2,600억 원 투자 유치…'자율 회계' 시대 앞당긴다

| 김민준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재무 AI 기업 앱젠(AppZen)이 최근 시리즈 D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며 1억 8,000만 달러(약 2,600억 원)를 확보했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리버우드 캐피탈(Riverwood Capital)이 주도했으며, 앱젠의 자동화 회계 소프트웨어 확장을 위한 본격적인 성장 발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2년 설립된 앱젠은 생성형 AI와 에이전틱(agentic) 기술을 접목해 계정 관리, 출장비 처리, 법인카드 내역 검토 등 기업 재무 부문에서 반복되는 수작업을 제거하는 데 집중해왔다. 특히 ‘마스터마인드 AI 오토메이션(Mastermind AI Automation)’ 플랫폼은 업무 프로세스를 자연어 명령어로 구현하고, 이를 노코드 기반 자동화로 연결하는 기능을 제공해 IT 지원 없이도 재무팀이 직접 워크플로를 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앱젠의 AI 에이전트는 200개 이상의 전용 재무 모델로 훈련돼 있으며, 60개국 이상에서 4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한다. 복잡한 규제가 얽힌 다국적·다통화 재무 시스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창립자이자 CEO인 아난트 칼레(Anant Kale)는 “리버우드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확장 전략을 갖춘 투자사로, 자사 AI 에이전트의 도입 가속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미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앱젠을 도입하고 있으며, 자율 재무에 대한 수요가 어느 때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실제 고객사 사례도 성과를 증명하고 있다. 유럽 항공우주기업 에어버스(Airbus) 북미 재무 시스템 부문 책임자 와카스 아만(Waqas Aman)은 “앱젠 도입 후 출장비 분석 업무가 즉각적으로 감소했고, 재무 인력이 보다 전략적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앱젠은 절차 기반의 결정 로직을 갖춘 AI 에이전트를 통해 승인 시스템을 자동화하며, 과도한 지출을 줄이고 규제 준수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AI는 경비 신청 내역을 정책에 따라 분류하고, 자동으로 결재 혹은 반려 처리를 하며, 복잡한 상황에서는 인간 담당자의 판단 요청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재무팀의 피드백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며 지속적인 모델 개선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한편 앱젠은 지난 8월 아시아 태평양 시장 확대를 위해 영업 파트너인 세일즈 이노베이션(Sales Innovation)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 양사는 B2B 소프트웨어 분야를 중심으로 마스터마인드 플랫폼의 해외 확산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투자 유치는 앱젠이 ‘재무 운영의 AI 전환’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리버우드 캐피탈의 자금력과 글로벌 확장 노하우, 앱젠의 기술력이 결집되며 기업 회계의 자동화는 한 단계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