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칩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챗GPT 개발사로 잘 알려진 오픈AI와 대규모 파트너십을 추진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번 협력이 다른 고객사들과의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강조하며 이해관계 조율에 나섰다.
엔비디아는 9월 22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오픈AI와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되,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메타플랫폼,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기존의 주요 기업 고객에게 제공되는 칩 공급에는 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엔비디아가 현재 매출의 많은 부분을 이들 '하이퍼스케일 기업'(초대형 클라우드·AI 서비스 제공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균형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와 오픈AI가 이날 서명한 양해각서에 따르면, 이번 파트너십의 목표는 총 1천억 달러(약 140조 원) 규모의 투자로 약 10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해당 데이터센터는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400만~500만 개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장비를 기반으로 오픈AI는 고성능 AI 모델을 훈련하고 운영할 계획이다.
투자는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초기 단계에서 100억 달러가 투입되고, 이는 첫 번째 1GW 규모의 컴퓨팅 장비가 배치될 때 집행된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는 오픈AI의 기업 지분도 확보할 예정이며, 이는 양사가 단순 고객·공급자 관계를 넘어 전략적 동반자로 나아가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엔비디아는 앞서 9월 18일에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미국 반도체 대기업 인텔에 5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해 지분 4%를 확보하고, 공동 칩 설계와 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인텔 CPU와 자사 GPU를 결합해 고성능 AI 슈퍼컴퓨터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라며, 이 협력으로 노트북부터 대형 서버까지 다양한 시장에서 총 50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일련의 행보는 엔비디아가 AI 시장 내 기술 주도권뿐 아니라 공급망에서의 영향력 강화, 고객다변화를 동시에 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각국에서 확대되는 AI 인프라 수요에 대응해, 엔비디아가 단순한 부품 공급업체를 넘어 파트너십 중심의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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