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산업에 부는 AI 바람… 법률 테크 투자 3조4천억 돌파 '역대 최대'

| 김민준 기자

올해 법률 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금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인공지능(AI)이 법률 산업의 자동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들어 지금까지 법률 및 법률 테크 분야 스타트업에 투입된 투자 규모는 총 24억 달러(약 3조 4,560억 원)에 달하며, 이 수치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올해가 아직 세 달 넘게 남은 시점에서 이 같은 수치가 나왔다는 점은 해당 분야에 대한 투자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를 보여준다.

이 같은 투자 급증의 중심에는 대형 자금을 유치한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본사를 둔 법률 실무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 파일바인(Filevine)은 최근 4억 달러(약 5,760억 원)의 신규 자금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에는 인사이트 파트너스(Insight Partners), 액셀(Accel), 헬로 익스피리언스(Halo Experience Co.)가 공동 참여했으며, 해당 자금은 AI 역량 강화와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에 활용될 예정이다. 파일바인 측은 현재 전 세계 약 6,000개 고객사와 1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특화된 AI 기술을 개발하는 법률 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샌프란시스코에 기반한 하비(Harvey)는 올해에만 각각 3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두 차례 유치하며 누적 투자액이 8억 달러(약 1조 1,520억 원)를 돌파했다. 캐나다 토론토의 블루J(Blue J)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세무 리서치 플랫폼을 운영하며, 오크 HC/FT와 사파이어 벤처스가 주도한 시리즈 D 라운드에서 1억 2,200만 달러(약 1,756억 원)를 조달했다. 또 다른 주목 기업인 유디아(Eudia)는 포춘500 기업의 법무팀을 지원하는 지능형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제너럴 캐털리스트 주도의 시리즈 A 라운드에서 최대 1억 500만 달러(약 1,512억 원)를 확보했다.

흥미로운 점은 초기 단계 투자 시장 역시 매우 활발하다는 데 있다. AI 기술을 접목한 법률 자동화 솔루션은 지난해부터 시드 단계(Seed Stage)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아 왔으며, 올해 그 흐름이 더욱 뚜렷해졌다.

법률 테크 투자붐은 단지 투자자들의 유행 추종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법률 분야 업무의 약 44%가 자동화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복적이고 처리량이 많은 법률 업무가 AI에 적합하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에서 기술 도입의 잠재력이 가장 큰 분야로 꼽힌다.

AI 기술이 법률 서비스의 고비용 구조를 바로 해결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인적 자원의 효율적 재배치와 업무 집중도 제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변호사와 지원 인력이 소모하는 시간 대비 성과를 최적화하는 데 있어 AI의 기여도는 향후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법률 산업은 AI와의 융합을 통해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생산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전환점에 놓여 있다. 법률 테크라는 시장이 이제 단발성 트렌드가 아닌, 본질적 기술 패러다임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