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칩 분야의 선두주자 엔비디아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140조 원 규모의 전략적 협력에 나서면서, 시장에서는 다시 AI 거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양사의 대규모 협력 구상이 인공지능 관련 투자 증가의 정점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협약은 엔비디아가 최대 1천억 달러(약 140조 원)를 들여, 자사 칩이 탑재된 10기가와트(GW) 규모의 대형 데이터센터를 오픈AI와 함께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 한 곳에만 해도 약 400만~500만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며, 초기 투자 100억 달러는 내년 하반기 생산 예정인 차세대 AI 칩 ‘베라 루빈’을 활용한 1GW 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 우선 투입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일부 투자 전문가들은 양사 간의 거래 구조가 지나치게 순환적인 자금 흐름(일명 '밴더 파이낸싱' 구조)을 만들고 있다고 우려한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자금이 다시 자사 제품 구입에 쓰이게 될 경우, 수요가 실제 수요라기보다는 인위적으로 부풀려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번스타인 리서치와 시포트 글로벌 등 일부 리서치 기관은 이번 발표가 과도한 기대감에 기반한 ‘AI 버블’을 더욱 부추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 역시 지난달 일부 AI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고 지적하며, 현재의 투자 열기가 1990년대 말 닷컴 거품에 비견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엔비디아와 오픈AI의 이번 협약은 이러한 신중론이 잠시 잦아든 시점에 나와, 다시 한번 AI 산업의 과열 우려를 시장에 퍼뜨리고 있는 셈이다.
한편, 엔비디아 측은 이번 투자가 자사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데 사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최근 들어 AI 기업에 대한 벤처 투자 건수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으며, 이들 기업 대부분이 수혈받은 자금을 다시 엔비디아 GPU 구입에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해, 실질적인 수요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세계 AI 시장의 투자 양상과 기술 인프라 확대 방식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기술기업들이 내부 생태계를 통해 수요를 자극하고 성장을 견인하는 구조가 장기적으로 시장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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