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스타게이트' 세운다… 엔비디아·오라클·트럼프까지 AI 전쟁 본격화

| 김민준 기자

인공지능 열풍이 재차 달아오르며 기술 업계 전반이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오픈AI는 다시 한번 대규모 자금 유치와 적극적 지출에 나섰다. 엔비디아(NVDA)가 약 144조 원에 달하는 1,000억 달러(약 144조 원)의 단계적 투자를 진행 중인 가운데, 오픈AI는 미국 내에 다섯 곳의 초대형 '스타게이트(Stargate)' 데이터 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오라클(ORCL)은 새롭게 공동 CEO 체제를 도입하며 AI 성장에 발맞춘 조직 재편에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은 H-1B 비자에 연간 10만 달러(약 1억 4,400만 원)의 신규 부과금을 책정해 테크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오픈AI에 대한 엔비디아의 투자는 단순한 하드웨어 공급관계에 머무르지 않는다. 최근 스타트업 Nscale이 유치한 11억 달러(약 1조 5,800억 원) 규모의 투자 라운드에 엔비디아가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 인프라 확대를 위한 이런 움직임은 수요의 폭발적 증가에 비춰볼 때 필연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헤지펀드 그린라이트 캐피탈의 데이비드 아인혼은 지나치게 과도한 자금 투입이 장기적으로 ‘자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 열기는 다른 곳에서도 이어졌다. 데이터브릭스는 오픈AI와 1억 달러(약 1,440억 원)에 달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자사 데이터 인텔리전스 플랫폼에 오픈AI 모델을 통합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중소·대기업 고객들이 자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에이전트를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계획이다. 하지만 AI가 만들어낸 ‘워크슬롭(Workslop: 불완전하거나 불명확한 생성 콘텐츠)’ 현상으로 인해 실제 생산성은 낮아지는 역효과가 보고되며, AI 기술이 전방위 실전에 안착하려면 품질 개선 또한 중요한 과제로 부상한다.

한편 오라클은 클레이 마고이어크와 마이크 시실리아를 새로운 CEO로 각각 임명하며 이례적인 ‘비(非)공동’ CEO 체제를 출범시켰다. 이와 관련해 현 CEO인 사프라 캐츠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그녀가 정계를 다시 노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오라클의 창업자 래리 엘리슨은 틱톡의 알고리즘 관리 책임자로 부상하며 ‘미디어 제국’ 확장 전략의 새 막을 연 상황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H-1B 취업비자에 대해 연간 10만 달러의 비용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구글(GOOGL), 마이크로소프트(MSFT) 등 주요 테크 기업들은 일제히 반발했고, 창업 초기 단계 기업들의 글로벌 인재 채용 전략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NFLX)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비자 남용이 많았던 만큼 고급 기술직에만 선택적으로 비자가 발급되면 긍정적인 효과도 예상할 수 있다”며 이례적으로 트럼프 정책을 지지하고 나섰다.

AI 생태계 확장은 다른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 인텔(INTC)이 애플(AAPL)과 신규 반도체 협력을 두고 물밑 접촉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으며, 오픈AI의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에 발맞춰 TSMC 등 파운드리 업체들도 긴밀히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주는 AI와 데이터 인프라를 둘러싼 ‘순환 경제’가 한층 가속화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급속 확장에 대해 거품 우려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동시에 부상하기 시작한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