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타트업 붐의 그늘… 클라우드 요금 폭탄에 '수익성 쇼크'

| 김민준 기자

AI 기술의 상용화 열풍 속에서 스타트업들이 무작정 성장에만 집중했다가 수익성 위기를 맞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 인공지능 기반 SaaS 스타트업 창업자는 연간 매출이 25만 달러(약 3억 6,000만 원)까지 빠르게 성장하면서 성공을 눈앞에 뒀지만, 예기치 못한 80만 달러(약 11억 5,000만 원)의 클라우드 요금 청구서를 받고 경영 위기를 맞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인프라 비용이 지속적으로 높아졌음에도 구독 기반의 요금 체계를 계속 유지한 결과, 수익보다 지출이 더 빨리 불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AI 기술의 가치사슬이 기존 SaaS 방식과 다르게 이동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최종 가치의 정점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와 GPU 자원, AI 모델 접근 권한 등 인프라 하단에서 마진이 집중된다. 특히 엔비디아(NVDA)의 고성능 반도체, 구글(GOOGL)과 아마존(AAPL)의 클라우드 GPU, 오픈AI(OpenAI) 및 앤스로픽(Anthropic)과 같은 모델 제공사의 가격 정책 변화가 창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AI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세 가지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는 데이터 소유권 확보다. 핵심 모델을 직접 개발할 필요는 없어도, 입력 데이터는 반드시 독점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 금융, 부동산과 같이 정의된 도메인에선 정형화된 데이터셋이 곧 경쟁력이라는 점에서, 고객 흐름을 활용한 지속적인 데이터 수집이 곧 비즈니스의 방벽으로 작용한다.

둘째는 사용 기반 요금 체계로의 전환이다. AI 서비스의 최대 비용은 사용량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정액 요금제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는 점에서, 토큰 단위 과금, 연산량 기반 가격 구간, 이미지 생성이나 실시간 추론과 같은 고비용 기능별 가산 요금 등을 도입해야 한다. 기능별 마진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 또한 경쟁력을 가르는 분기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마지막 전략은 모델 중심 의존성을 피하는 구조 설계다. 오픈AI 한 곳에만 의존할 경우 정책 변화나 가격 인상이 사업 전체에 치명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모델 추상화 계층을 도입하고, 다양한 모델 공급자를 교차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며, 오픈소스 백업 모델을 병렬로 배치하는 유연한 접근을 추천한다. 기술적 유연성은 곧 비즈니스 리스크 완화의 핵심 수단이라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성장성과 잠재력은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클라우드와 모델 공급자의 지배력 강화라는 구조적 제약이 숨어 있다. 창업자는 이제 단순한 기술력이나 아이디어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운영 모델과 비즈니스 구조 전반에서 전략적인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