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인공지능(AI)을 앞세운 신형 스마트 기기들을 대거 출시하면서, AI 기술을 일상 가전으로 본격 확산시키는 움직임에 나섰다. 이번 제품군은 자사의 음성 비서 ‘알렉사 플러스(Alexa+)’를 중심으로 설계됐으며, 하드웨어 성능과 소프트웨어 기능 모두에서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9월 30일(현지시간) 아마존은 미국 뉴욕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공지능 기반 홈 기기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새로운 버전의 스마트 스피커 에코(Echo), 전자책 단말기 킨들(Kindle), 그리고 스마트홈 보안 기기 링(Ring) 등이 소개됐다. 이 제품들에 공통적으로 탑재된 ‘알렉사 플러스’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문맥 기반 명령 수행도 지원한다.
알렉사 시리즈는 아마존이 2014년부터 개발해 온 음성 비서로, 2023년 9월 전면 개편을 예고한 뒤 2024년 2월 ‘알렉사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첫 선을 보인 바 있다. 기존 버전이 단순 음성 명령과 제어에 초점을 맞췄다면, 알렉사 플러스는 생성형 AI(복잡한 명령 처리 및 문장 생성이 가능한 인공지능 모델)를 통합함으로써 사용자의 질문에 보다 창의적이고 맥락 있는 답변을 제공할 수 있다.
새롭게 선보인 기기들은 AI를 생활 속에서 보다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 스피커 에코는 사용자 습관을 분석해 적절한 시점에 메시지나 조언을 제공하며, 킨들은 독서 중단 위치를 기억하고 이어 읽기를 돕는다. 보안 카메라인 링은 얼굴 인식 기능을 갖추고 있어 미리 등록된 지인의 얼굴을 식별해 누가 방문했는지도 알려준다. 이외에도 아마존은 알렉사 기능이 내장된 파이어TV를 통해 영상 속 장면 검색 경험까지 AI로 확장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기술적 뒷받침으로는 아마존이 자체 제작한 엣지 프로세서 ‘AZ3’ 및 ‘AZ3 프로’ 칩이 있다. 이 칩은 기기 내에서 AI 연산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도록 고안됐으며, 네트워크 연결 없이도 일부 기능 작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와 반응 속도 개선 측면에서도 진전을 보였다. 여기에 ‘옴니센스(Omnisense)’라는 새로운 인식 플랫폼도 도입돼, 알렉사가 사용자 지시의 의도까지 파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이 같은 변화는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인 파노스 파네이가 2023년부터 아마존의 기기 및 서비스 부문을 이끌게 되면서 배경이 마련됐다. 파네이는 보다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핵심으로 신제품 전략을 재정비해 온 인물로, 이번 발표가 그의 방향성을 실현한 첫 대규모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아마존은 이와 더불어 AI 기술 기반의 하드웨어 포트폴리오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손목형 AI 기기 개발 스타트업 ‘비(Bee)’를 인수하며 웨어러블 기술 분야로도 진입한 바 있다. 알렉사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음성, 시각, 촉각까지 아우르는 사용 경험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AI 기술이 단순 클라우드 분석을 넘어 가전제품 전반에 이식되며, 일상생활 속 활용 폭이 더욱 넓어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쟁업체들이 유사한 전략을 따라가고 있어 AI 기반 기기 시장의 경쟁 또한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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