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의 역습?… “자동화, 인간을 배제하면 실패한다”

| 김민준 기자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이 급속히 도입되면서 기업 현장에서 번개처럼 추진되는 자동화 전략이 오히려 업무 신뢰성과 직원 경험을 해치는 새로운 리스크로 대두되고 있다.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의 부사장이자 수석 애널리스트인 크레이그 르클레어(Craig Le Clair)는 이 같은 확산 속도를 "무계획 자동화의 무작위적 행위(Random Acts of Automation)"로 지목하며, 기술 도입이 오히려 사용자 중심의 사고를 친절히 배제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르클레어는 최근 열린 유아이패스 퓨전(UiPath Fusion) 행사에서 "빠른 자동화 성과라도 전략 없이 단행되면 고객과 직원, 모두가 시스템에 소외감을 느끼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저서 '랜덤 액츠 오브 오토메이션(Random Acts of Automation)'에서는 고객 셀프서비스부터 백오피스까지 인간을 필요 이상으로 배제하면서 생기는 역효과를 집중 조명했다.

그는 "셀프서비스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고객을 절벽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며, 대표적 사례로 고령 소비자가 식료품점 키오스크에서 작은 글씨의 표시를 읽지 못해 곤란을 겪는 경우를 들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기술 도입의 본래 목적이었던 인간 중심의 효율성 향상에서 크게 벗어난 반증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아래 기업들은 조직 구조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르클레어는 한 브라질 화학기업을 예로 들며, "해당 기업은 AI 에이전트와 실무 인력을 한 체계로 관리하기 위해 IT 부서와 인사부를 통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AX(Agent Experience)’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정의하고, 여섯 가지 역할 유형과 그에 따른 다섯 가지 핵심 역량을 제시했다. 창의 직군에는 상호작용 역량, 전문직군에는 비판적 사고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AI가 업무 파트너로 자리잡는 시대에 르클레어는 노동자 역시 생존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 반복 직무 종사자들이 기기 조작 능력, 물리적 환경 적응력, 비판적 사고 역량을 키우면 AI 기반 경제에서 대체가 아닌 공존이 가능한 인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평균적인 고등학교 졸업생도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만 있다면 물류창고 자동화, 물리 로봇 유지보수 등으로 업종 전환이 가능하다"며 기술 친화적 이직 전략을 제안했다.

르클레어는 "자동화 경험이 많은 나 역시 많은 시간을 근로자 감축 프로젝트에 쏟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들을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며 기술과 사람의 공존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비전을 드러냈다. 단지 빠른 성과만 좇는 기술 도입이 아닌, 공감과 책임을 수반한 전략이 기업 지속 가능성의 열쇠가 된다는 그의 메시지는 더욱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