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네트워크 인프라가 단순한 '연결' 기능을 넘어, 기업 혁신을 주도하는 핵심 기반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열린 ‘네트워킹 포 AI 서밋(The Networking for AI Summit)’ 행사에서는 AI 성장을 뒷받침할 차세대 지능형 네트워크 전략들이 집중 조명됐다. AI는 여전히 소프트웨어와 GPU를 중심으로 구동되지만, 이를 제대로 확장하려면 고도화된 네트워크 인프라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전문가들은 네트워크가 단순한 IT 인프라가 아닌, 스케일 확장, 보안 강화를 위한 필수 도구, 그리고 에이전틱 AI 도입의 기반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Zeus Kerravala ZK리서치 애널리스트는 “AI 네트워킹 도입은 이제 막 본격 상승 구간에 진입했을 뿐”이라며 미래의 폭발적 성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스코(CSCO)는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시스코 데이터센터 네트워킹 부문 제품관리 부사장 무랄리 간들루루(Murali Gandluru)는 AI에 최적화된 이더넷 기반 네트워크와 자동화·가시성을 갖춘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네트워크를 대규모 AI 인프라의 중추로 보고 있고, 단순 대역폭을 넘어서 원활한 텔레메트리까지 포함된 통합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엣지에서도 혁신은 가속화되고 있다. 익스트림네트웍스(Extreme Networks)의 제품관리 수석 부사장 댄 디배커(Dan DeBacker)는 “분산된 데이터와 복잡한 IT 환경 속에서 AI를 네트워크 전반에 통합해야만 진정한 활용 가치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와이파이나 브랜치 네트워크 등 부문별 AI가 아닌, 캠퍼스부터 데이터센터까지 전체적인 네트워크 시야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네트워크 스택 전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접근도 주목받았다. 미터(Meter)의 CEO 아니엘 바라나시(Anil Varanasi)는 기존 네트워킹 솔루션들이 AI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전 스택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기반 자동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팹릭스(Fabrix.ai)도 행사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에이전트옵스(AgentOps)’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운영 방식의 판을 바꾸고 있다. 팹릭스의 AI 및 마케팅 최고책임자 샤일레시 만제레카르(Shailesh Manjrekar)는 “운영은 실시간성과 민첩성이 핵심이며, 일반적인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로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보안과 신뢰 확보도 주요 과제로 부상했다. 주니퍼네트웍스(JNPR)와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는 이더넷 혁신과 랙 단위 컴퓨팅 전문성을 결합해 AI 네트워크의 신뢰성과 확장성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AI 트레이닝과 추론이 모두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분산 환경에서 네트워크 퍼포먼스가 핵심임을 강조했다.
HPE의 AI 팩토리 솔루션 책임자 바라트 라메시(Bharath Ramesh)는 “AI 플랫폼을 클라우드에서 온프레미스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격차를 메우려면 네트워크 패브릭도 전면적인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I 기반 자율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신뢰도 확보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중요한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HPE 네트워킹의 최고 AI 책임자 밥 프라이데이(Bob Friday)는 고객들이 AI 운영으로 전환한 뒤 “매일 아침 반복적인 문제에서 해방되고 있다”고 전했다. 챗GPT와 자율주행차처럼 소비자 경험의 패러다임이 기업용 인프라 설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AI는 곧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질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네트워크 산업은 그러한 기술 전환의 중심에서, 보다 정교하고 안전하며 유연한 기반을 제공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네트워킹 포 AI 서밋’은 그러한 변화의 선두에서 답을 찾으려는 업계의 분주한 움직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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