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공기관, AI로 웹사이트 대개편… 디지털 접근성 '의무'에서 '신뢰'로

| 김민준 기자

급등하는 디지털 접근성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공공기관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대대적인 웹사이트 개편에 나서고 있다. 과거 단순 규정 준수 절차로 여겨지던 접근성 확보가 이제는 시민 신뢰의 관문으로 바뀐 것이다. HPE(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와 SHI 인터내셔널은 AI 기반 접근성 자동화 솔루션을 통해 이 변화의 중심에서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HPE의 AI 비즈니스 개발 부사장 로빈 브라운에 따르면, 인구 5만 명 이상 도시에 적용되는 새로운 접근성 규제 시행 시점이 다가오면서 공공기관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행동을 강요받고 있다. 브라운은 “준비가 지금 돼 있지 않다면, 규제 시행에 맞춰 따라잡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HPE와 SHI는 AI 솔루션 기업 카미와자(Kamiwaza)와 손잡고 AI 기반 디지털 접근성 플랫폼을 공동으로 선보였다. 이 플랫폼은 엔비디아(NVDA)의 GPU를 활용해 웹사이트 전체를 스캔하고, HTML, 이미지, 영상, 문서의 비접근 요소를 식별한 뒤 자동 수정안을 제시한다. SHI의 첨단 기술 부문 부사장 잭 호건은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3년짜리 재개편 프로젝트 대신, 수 주 내 수천만 원 규모의 효율적인 개선이 가능하다”며 비용 절감 효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AI는 도구일 뿐, 궁극적인 결정은 사람 몫이다. 기관 담당자들은 AI가 생성한 수정 제안을 검토 및 승인하는 형태로 접근성을 개선하게 된다. 브라운은 “AI 에이전트는 아프지도, 피곤하지도 않다”며 “프로젝트가 끝나도 지속적으로 웹사이트를 점검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일회성 컨설팅에 의존하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다.

디지털 접근성 작업은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데이터 구조화’라는 더 큰 비전으로 확장되고 있다. 호건은 “태그가 없는 이미지나 접근이 불가능한 PDF는 단순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구에만 문제가 아니라, 검색엔진과 AI 시스템에도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즉, 접근성 확보는 AI 시대에 진입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데이터 정비 작업이며, 이는 정부 기관의 정보 자산을 미래에 대비한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지식체계’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물론, 민감 데이터를 다룰 때는 정보 주권과 보안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브라운은 “시스템은 데이터 중력과 주권 개념을 이해하고 있으며, 노출돼서는 안 되는 정보는 철저히 막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디지털 접근성 규제가 강화되는 시점에서, 정부 기관이 AI 도입을 통해 얼마나 신속하고 신뢰성 있게 대응하느냐는 공공성과 기술 역량을 동시에 시험받는 일이 되고 있다. AI가 그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이 변화는 기관 내부의 의지와 전략적 구현 역량에 달려 있다는 점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