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슈퍼컴퓨터 시장, 10년 내 6배 성장…엔비디아·xAI 주도권 강화

| 연합뉴스

인공지능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는 AI 슈퍼컴퓨터 시장이 향후 10년 내 약 6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민간 기업들의 초대규모 투자와 기술 개발 주도 속에서 시장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10월 7일 발표한 글로벌 AI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AI 슈퍼컴퓨터 시장은 2023년 65억 달러에서 2024년 78억 달러로 성장한 데 이어, 2034년에는 388억 달러(약 53조 8,7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AI 슈퍼컴퓨터는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하는 데 필수적인 연산 자원으로, 특히 초거대 언어모델과 생성형 AI 기술 확산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급성장하는 시장에서 민간 기술 기업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는 그래픽처리장치(GPU) 20만 개를 탑재한 AI 슈퍼컴퓨터 ‘콜로서스’를 공개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웹서비스는 각각 1,00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이들 민간 기업이 전체 AI 슈퍼컴퓨터 시장의 80%를 차지하며 사실상 기술 지형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엔비디아가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트랜지스터 1조 개가 집적된 것으로 추정되는 차세대 AI 프로세서 ‘블랙웰’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독자적인 전용 칩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엔비디아의 일강 체제가 굳어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GPU 임대료는 2023년 기준 시간당 2달러에서 올해 초 8달러로 4배 상승했다. 수천 개 GPU가 동시에 필요한 클러스터의 경우, 대기 기간이 수개월 걸리는 등 공급 부족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초거대 AI 모델 훈련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오픈AI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4년에 걸쳐 5,000억 달러(약 698조 원)를 투입할 계획이며, 앤트로픽의 최고경영자는 오는 2027년까지 1,000억 달러 규모의 AI 모델 훈련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GPT-4 학습에만 5,000만 달러가 투입된 데 이어 다음 세대 모델 훈련 비용은 1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미국 기업들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AI 모델의 71%가 미국에서 개발되고 있으며,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xAI 등 상위 5개사가 전 세계 AI 슈퍼컴퓨팅 자원의 6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클라우드를 통한 GPU 임대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높은 비용과 자원 부족으로 격차를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AI 기술과 산업 전반에 있어서 대기업 주도의 기술 집중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일부 스타트업이 GPU 클라우드 시장에 진입하면서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으나, 장비 수급과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 구조적 한계 역시 분명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책적 차원에서 기술 접근성을 높이고 공공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이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