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대표 디자이너였던 조니 아이브가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차세대 제품 개발에 나서며, 기술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행복과 즐거움’에 주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기술의 진보 자체보다도 그것이 인간과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주목하는 디자인 철학을 강조했다.
조니 아이브는 10월 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픈AI 데브데이(DevDay) 2025’ 행사에 참석해,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세상과 더 연결될 수 있는 도구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과의 대담에서 기술 혁신의 방향성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아이브는 애플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애플워치 개발을 이끌며 ‘기술과 디자인의 통합’이라는 혁신을 이끈 인물이다. 그는 2019년 애플을 떠난 뒤 ‘러브프롬’(LoveFrom)이라는 독립 디자인 회사를 공동 창업했고, 최근에는 스타트업 ‘io’를 통해 오픈AI와 손잡고 차세대 스마트 기기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오픈AI는 지난 5월 ‘io’를 인수하면서 아이브와 함께 미래형 기기를 구상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아이브는 구체적인 제품 콘셉트는 밝히지 않았지만, “디자인에서 ‘즐거움’을 되살리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만드는 기술이 사람들을 미소짓게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성공적인 디자인이라 보기 어렵다”고 덧붙이며, 지나치게 폐쇄적이거나 과도하게 진지한 기술보다는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형태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신기술이 가지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아이브는 특히 인공지능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 커리어를 통틀어 이 정도의 가능성이나 잠재력을 지닌 기술은 처음”이라며 “AI는 내가 경험한 어떤 기술 발전과도 질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집중이 어렵다는 점도 언급했다. 매주 새로운 기술이나 기능이 등장하면서 방향 설정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브의 이러한 발언은 향후 기술 제품이 단순한 사양 경쟁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일상에 어떻게 스며들 수 있을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오픈AI가 개발 중인 새로운 AI 기기 또한 기술적인 완성도 못지않게 정서적 연결과 사용자 경험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디지털 제품 환경 변화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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